5월 취업자수 ‘계엄’ 이후 처음 꺾여
제조업 7년만에 최대 14만명 급감
중동戰 장기화에 전업종 고용 위축
반도체發 수출 호황 속 양극화 심화

1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4만 명 줄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5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당시는 비상계엄 여파로 내수가 얼어붙고 연말 정부 일자리 사업이 종료된 영향을 받던 때다.
올해 2, 3월까지만 해도 취업자 수는 20만 명대 증가 폭을 보였지만, 4월 7만4000명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고용률(63.3%)은 전년 대비 0.5%포인트 떨어지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고용률 하락 폭도 2021년 2월(―1.4%포인트)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일자리가 감소한 건 고용 시장 전반에 중동 전쟁의 영향이 미치기 시작하면서다. 경기 변화는 시차를 두고 고용에 반영된다. 국내 고용 핵심 축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14만 명 줄어 2019년 2월(―15만1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3개월 연속 줄었는데 지난달에는 감소 폭이 4월(―5만5000명)의 2배 이상으로 커졌다.수출액은 매달 역대 최대를 경신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수출 증가세를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은 수익성은 높지만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효과는 상대적으로 낮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제조업 취업자 가운데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크지 않다”며 “식료품, 자동차 등의 취업자 감소 폭도 확대됐다”고 말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대비 4만3000명 줄면서 2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 갔다. 중동 전쟁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누적되며 4월(―8000명)에 비해 취업자 감소 폭이 크게 확대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중동 전쟁으로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조·건설·농어업 등 업종별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며 “모든 부처가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총력 대응해 달라”고 당부했다.고용 효과 큰 車-석화 침체 길어져… 제조업 일자리 14만개 증발
[겉은 반도체 호황, 속은 취업난]
취업유발 반도체 1.86-제조업 4.85명… 韓경제구조 ‘쏠림 현상’ 갈수록 심화
청년취업 25만명 뚝, 코로나後 최악
경력직 우선 엎친데 ‘AI 도입’ 덮쳐… “산업-기업간 재분배 논의 필요시점”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의 직격탄을 맞은 건 김 씨 같은 청년층이다. 지난달 20대 취업자는 전년 대비 25만 명 넘게 줄며 5년 4개월 만에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상대적으로 고용 창출 여력이 적은 반도체의 ‘나 홀로 호황’과 인공지능(AI)의 일자리 대체로 청년층의 고용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동 전쟁이 본격적으로 고용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고용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시에 육성해 반도체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청년 고용, 코로나19 이후 최악


중동 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자 유가 상승, 원자재 수급 불안 등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가장 먼저 청년 고용을 줄인 영향이다. 한국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 씨(25)는 이날 교내 구인 게시판을 보며 “개인 형편으로 취업이 급한 상황인데 인턴이나 경력직 모집 공고가 대부분”이라며 아쉬워했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층은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세대”라며 “중동 전쟁 같은 외부 요인으로 기업이 채용을 미룰 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웅 재정경제부 인력정책과장은 “청년층은 산업·인구구조 변화, 기업의 경력·수시 채용 현상, 중동 전쟁 등 경기적 요인이 더해져 삼중고를 겪고 있다”며 “중동 전쟁의 영향으로 회복 시기와 속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 “반도체에 집중된 성장, 재분배 필요”
반도체는 수출 호황의 핵심 동력이지만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 2022년 기준 반도체 취업유발계수는 생산 10억 원당 1.86명으로, 제조업 평균(4.85명)에 크게 못 미친다. 반면 자동차(5.41명)와 고무(6.22명), 플라스틱(5.44명) 등 제조업 중에서도 비교적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는 업종은 생산과 고용이 줄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7㎞가량 떨어진 곳에서 용역 사무실을 운영하는 최미숙 씨(44)는 “일을 달라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소개할 일거리가 없다”며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석유화학 경기 침체가 길어지자 식당, 광고·인쇄 업체 등 상권도 함께 쪼그라들고 있다.
여기에 AI 도입 등으로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면서 청년층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동국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권모 씨(27)는 “웹페이지를 생성하거나 점검하는 일자리는 AI가 다 차지했다”며 “신규 채용 규모가 줄면서 전체적으로 취업 스펙 기준이 훌쩍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 취업자는 8만9000명 줄었다. 6개월 연속 감소세다. AI가 법률, 회계 등 전문직이나 연구개발(R&D) 채용 수요를 대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업종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비용을 들여 청년층의 숙련도를 높이는 대신 AI를 활용하고 있다”며 “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산업·기업 간 재분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세종=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서산=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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