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수출 증가율 8.3%
반도체 제외땐 1.6% 그쳐
10·11월 두달연속 뒷걸음
범용칩값 하락세 이어져
내년 반도체수출 '빨간불'
내수 부진이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지는 가운데 버팀목인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수출은 이미 두 달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거품 논란이 여전한 데다 범용칩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내년에 반도체마저 꺾이면 수출도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3일 매일경제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11월까지 총수출은 8.3% 늘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1.6%에 그쳤다. 수출 통계에서 반도체 한 업종이 주는 착시 효과가 상당히 크다는 뜻이다.
특히 10월과 11월에는 전체 수출이 작년보다 각각 4.6%, 1.4% 늘었지만 반도체를 뺀 수출은 각각 2.2%, 4.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를 제외한 월간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한 건 2월과 3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고부가가치 AI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급격히 팽창한 결과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출은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증가했다. 8~11월 4개월 연속 월간 수출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다른 업종의 상황은 심각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8일 "3분기에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이고, 굉장히 큰 변화"라고 밝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수출에 대한 전망을 바꿨다. KDI는 지난 9일 최근 경제동향을 발표하며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점차 조정되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향후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됐다"고 밝혔다.
수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내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11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20.59% 내린 1.35달러로 집계됐다. D램 고정가격은 4월에 2.1달러까지 올랐지만 지난달엔 1.35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스마트폰, PC 등 전방 수요 개선에 대한 전망이 불명확한 것도 반도체 업황 전망을 어둡게 만드는 요인이다. 게다가 올해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 내년엔 기저효과 때문에 수출 증가율이 둔화할 수도 있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반도체 수출이 42% 늘지만 내년엔 8.5%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가 밀리면 다른 업종이 보완을 해줘야 하는데 중국의 저가 공세, 중국 경제 불확실성,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수출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실제로 국내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일반기계는 2월부터 11월까지 10개월째 수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폭(-18.9%)으로 수출이 줄었다.
반도체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도 주춤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은 지난달에 13.6%나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사들도 전기차 수요 부진(캐즘) 직격탄을 맞아 지난달 수출이 8%나 밀렸다. 이차전지 업종 수출도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올 들어 가장 큰 폭(-26.3%)으로 수출이 감소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에도 수출 증가세가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올해 큰 폭의 증가세 기저효과로 증가율은 다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이8.2% 늘지만 내년엔 2.7%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