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코노미-13] 스산한 숲. 빛이 거의 들지 않는 이곳엔 오직 새의 지저귐과 풀벌레의 울음소리만 가득합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이곳을 한 남자가 지나갑니다. 하얀 말을 타고 고급스러운 옷을 맵시 있게 입은 이 남자. 그런데 표정은 어둡기 그지없고, 행복의 편린을 읽을 수 없습니다. 사색에 잠긴 이 사내의 고민은 깊어 보입니다. 온갖 번민에 휩싸여 자연으로 도피한 것이었을까요.
이윽고 사내의 말이 멈춥니다. 한 여성이 누워있어서였습니다. 뽀얀 얼굴에 귀티가 흐르는 여인. 마치 한 나라의 공주처럼 보이는 묘령의 존재. 남자의 표정은 어느새 밝아집니다. 마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숲속에 인간이라곤 자신과 여자뿐. 자는 여성의 몸 위로 자기 몸을 포갭니다. 모두가 분노할만한 짓을 위해서였습니다. 잠이 든 채 몹쓸 짓을 당한 여성은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