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리스크에 사회적인 분위기까지, 다 만들어놓고도 대중들에게 선보이지 못하는 작품들이 올해 대거 선보여진다. 앞서 승부수를 띄우며 개봉한 유아인 주연 영화 '승부'가 흥행 훈풍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다른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해 수년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12일 첫선을 보인 tvN 새 주말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 생활'은 본래 지난해 5월 첫 방송이 예정된 작품이었다. 종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들의 24시간을 다룬 작품으로 언젠가는 슬기로울 의사생활을 꿈꾸는 레지던트들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로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하며 더욱 화제를 모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전공의 집단 사퇴가 있으면서 드라마 공개도 기약 없이 연기됐다. 신원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의료계 이슈에 대해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안 있었을 거다"며 "노심초사했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산부인과에는 전공의 지원자 부족으로 레지던트가 없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4명의 레지던트 동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설정에 "현실성이 없다", "판타지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에서 신원호 감독은 "리얼리티를 많이 살린다는 이미지가 있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우리는 현실에서 개연성 있다 싶은 얘길 허구로 만들어내는 팀이고, 그 가운데 디테일을 리얼리티로 채우는 거지 모든 걸 반영하긴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준비한 젊은이들의 예쁜 이야기를 콘텐츠 그대로 봐야 하는데, 그게 다르게 읽힐까 봐 걱정됐다"고 우려했다.
총 12부작으로 기획된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제작비는 알려지지 않았다. 고윤정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신인이라는 점에서 드라마 제작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출연료 부담도 크지 않으리란 관측이다. 하지만 의학드라마의 경우 세트부터 수술 장면 등 제작비가 많이 투입되는 장르로 유명한 만큼, 의정갈등 속에 공개되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의 흥행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주연배우 박혜수의 학폭 논란으로 편성이 취소됐던 비운의 드라마 '디어엠'도 4년 만에 국내에서 공개된다. '디어엠'은 2021년 방영 예정이었으나 배우 논란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2022년 일본 OTT플랫폼 유넥스트(U-NEXT)를 통해 첫 공개됐지만, 국내 방송은 오는 14일 KBS joy에서 4년 만에 이뤄진다.
'디어엠'은 서연대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익명의 고백 글의 주인공 'M'을 찾으며 풀어나가는 캠퍼스 추리 로맨스 드라마로 고인이 된 배우 김새론이 중도 하차하면서 소소하게 논란이 되기도 했다. '디어엠' 국내 방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그사이 주연을 맡은 그룹 NCT 멤버 정재현이 군에 입대해 홍보 프로모션은 대대적으로 이뤄지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주연배우 조병규, 송하윤의 학폭 논란으로 3년간 공개되지 못했던 '찌질의 역사'가 공개 후 웨이브 실시간 드라마 시청 순위에서 1위를 유지하는 쾌거를 기록한 만큼 '디어엠'의 흥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약류 상습 투약 혐의를 받고 있던 유아인이 출연한 '승부'도 흥행을 이어가며 손익 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바둑계 전설이자 사제 지간인 조훈현·이창호 국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병헌이 조 국수를, 유아인이 이 국수를 각각 연기했다. 영화의 특성상 유아인 출연 장면을 편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보여졌지만, 2주째 박스오피스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승부'의 공식적인 손익분기점은 180만 명으로 알려져 있으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 2차 판권 판매를 통해 실질적인 손익분기점을 약 100만 명까지 낮춘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지난 주말 누적 관객수 100만명을 기록한 '승부'는 사실상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평가다.
'창고 작품'으로 불리며 수년간 공개되지 못한 콘텐츠가 연이어 선보여지면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넉오프'의 공개 시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넉오프'는 IMF로 인해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뀐 한 남자가 짝퉁 시장의 제왕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시즌1은 물론 시즌2 촬영까지 이달 말 끝낼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김수현이 고인이 된 김새론의 미성년자 시기에 교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촬영 중단은 물론 방영일까지 미뤄졌다. 디즈니플러스 측은 "신중한 검토 끝에 '넉오프' 공개 계획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수현은 기자회견까지 개최하며 "사귄 건 맞지만, 그 시기가 미성년자일 때는 아니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항변했고, 해당 주장을 제기한 김새론 측 유족과 해당 유튜브 채널까지 명예훼손 혐의 형사 고소와 110억원 상당의 민사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법적인 절차가 마무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넉오프'의 공개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 관계자는 "디즈니 측이 '넉오프'를 방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제작사에서 김수현에게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걸 수 있다"며 "김수현 측은 과거 김새론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논란이 됐을 당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사냥개들' 제작사와 협의를 한 이력이 있는 만큼 나름대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