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박주성 “빈에서 1년에 20개 역할 소화…'유연한 성악가'로 성장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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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매년 빈 국립 오페라극장에선 60개 정도의 작품을 올립니다. 제가 이번 시즌에 소화한 역할만 20개 정도가 되는데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오페라의 역할을 체화하고, 좋은 퀄리티로 만드는 능력을 키우는 데 최적화된 환경이죠. 그런 역량을 더욱 발전시켜 스페셜리스트보단 다양한 장르, 다양한 시대의 음악을 전부 소화할 줄 아는 ‘유연한 성악가’가 되고 싶습니다.”

박주성(32)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빈 국립 오페라극장(슈타츠오퍼)의 ‘영 아티스트(2022~2023)’로 선정된 데 이어 전속 솔리스트 자리까지 꿰찬 차세대 바리톤이다. 유럽에서 활약 중인 그가 올해 한국에서 세 차례의 기획 공연으로 청중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의 상주 음악가 격인 ‘M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다. 상주 음악가란 특정 공연장이나 음악제, 악단 등에서 실력이 뛰어난 예술가를 초청해 핵심 프로그램을 선보이도록 하는 제도다. 1년 동안 기관의 ‘간판 모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박주성은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성악가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건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더 강한 설렘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첫 번째 리사이틀에서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 중 일부와 헨델, 모차르트, 바그너, 코른골트 오페라 아리아 등을 선보인다. 이 공연을 시작으로 야외 콘서트(8월 30일), 두 번째 리사이틀(12월 6일)이 이어진다. 박주성은 “국내에서 잘 불리지 않는 리트(독일 가곡)부터 절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오페라 아리아, 오라토리오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대중과 함께 나누고 싶단 생각으로 프로그램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박주성은 ‘늦깎이 성악가’다. 그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성악을 배우기 시작했고, 삼수하며 어렵게 들어간 연세대에서도 특출난 재능을 보이는 편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는데, 고등학생 1학년 때 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성악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게 됐죠. 대학생 땐 노래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었어요. 너무 성악을 사랑하고 열심히 임했지만, 실력이 좀체 늘지 않았거든요. 확실히 노래를 잘하는 편은 아니었어요(웃음).”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바리톤 박주성이 18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 ‘M 아티스트’ 공연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포문화재단 제공

부진하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온 건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다. 박주성은 “2020년에 빈 국립 오페라극장 ‘영 아티스트’ 선발 오디션에 영상을 제출했는데, 그때 심사했던 감독이 ‘무엇하나 뛰어난 점이 없는데 희한하게 매력 있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며 “칭찬인지 꾸중인지 알 수 없었지만, 같이 일하자는 제안에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성악가”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전 지금까지 한 번도 남들보다 뛰어난 성악가라서 많은 무대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야죠. 계속 정진하다 보면 모차르트의 '다 폰테' 3부작에도 출연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살로메’의 요하난 역도 맡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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