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돌, 그리고 책…제주에서 "책방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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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바다와 오름을 잇는 길만 있는 게 아니다. 섬 곳곳에 흩어진 시골 책방들을 따라 걷는 또 하나의 길이 있다. 이른바 ‘책방 올레’다. 관광지 중심의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돌담과 밭 사이, 바다가 보이는 들판에 작은 책방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하나의 코스로 자리 잡았다.

바람, 돌, 그리고 책…제주에서 "책방 올레"

제주 동쪽 끝자락 종달로길을 걷다 보면 ‘소심한책방’을 만날 수 있다. 2014년 문을 연 곳이다. 두 책방지기가 고심해 고른 소설과 에세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선 ‘숨겨둔 책’ 코너가 눈길을 끈다. 책 커버를 그대로 보여주지 않고, 매력과 특징을 힌트와 편지로 적어뒀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설렘을 안긴다. 같은 동쪽에선 ‘오조바닷가책방’도 발길을 세운다. 성산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책을 둘러볼 수 있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서귀포에서 독립출판물이 모여 있는 ‘라바북스’를 만날 수 있다. 대규모 출판사 중심인 기존 시장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실험적인 책들이 모여 있다. 머무르며 시간을 쌓고 싶다면 한경면 고산리에 있는 북카페 ‘고산의 낮, 고산의 밤’도 가볼 만하다. 6개의 1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칸막이가 쳐진 이곳에선 대화도 금지다. 각자의 사색 공간에서 책을 마음껏 담아갈 수 있다.

한경면에는 ‘책방 소리소문’도 있다. ‘작은 마을의 작은 글(小里小文)’이라는 의미로 책방 이름을 지었다. 이름처럼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이곳은 독립출판물과 인문·예술서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제주 시내에는 독립서점 ‘나이롱책방’과 ‘아무튼 책방’도 있다. 각 책방지기의 큐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옛 가옥을 복원한 ‘고씨주택’도 눈길을 끈다. 1949년 제주도민 건축가 고용준이 지은 근대건축물로 2017년 복원됐다. 안거리는 제주사랑방으로, 밖거리는 제주책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제주의 문화와 역사·자연을 주제로 수집된 자료들을 열람할 수 있다. 인문학 강좌나 도서 큐레이션 등도 종종 진행된다. 총 67곳의 책방 정보가 담긴 ‘제주책방올레’ 지도는 제주의 각 서점과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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