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기소된 유튜버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법 형사6단독 우상범 부장판사는 18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브 채널 '집행인' 운영자 안모 씨(2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566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기소된 해당 유튜브 채널 영상 제작자 조모 씨(30대)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우 판사는 "유튜브나 SNS를 통해 가짜 정보를 관망하는 현상에 대해 이제는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엄벌을 통해 최소한의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안씨가 총 4000만원, 조씨는 총 1500만원을 각각 피해자들에게 지급하거나 공탁한 점은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됐다.
안씨 등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유튜브 채널에서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무단으로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의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을 공개해 영업을 방해했다는 혐의도 있다.
수사 결과 안씨 등은 밀양 성폭행 사건이 대중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제보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은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신상이 공개돼 피해를 보기도 했다. 피해자는 20여명으로 알려졌다.
현재 '집행자' 채널에는 밀양 성폭행 사건 관련 영상은 모두 삭제됐다.
이들 뿐 아니라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대부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밀양 성폭행 사건 신상 공개와 관련해 경남경찰청에 지난해 6월부터 접수된 고소·진정 등은 1200여건에 달한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대상자 790명 중 559명에 대해 송치·진정철회 등으로 사건 처리를 마쳤다. 유튜버는 10명으로, 이 중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안 씨와 마찬가지로 가해자 신상을 공개한 유튜버 채널 '전투토끼' 운영자 A씨(30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내달 23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신상을 가장 먼저 공개한 유튜버 채널 '나락보관소' 운영자 B씨(30대)는 지난해 10월 검찰 송치돼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받고 있다.
밀양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울산 여중생 1명을 1년간 성폭행한 사건으로 공분을 샀다. 하지만 가해자 대부분이 제대로 된 처벌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해 몇몇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콘텐츠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익을 위해 동영상을 제작·유포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결과 '사적 제재'를 명문으로 피해자 동의 없이 콘텐츠를 게재해 당사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밀양 성폭행 사건 가해자가 아닌 인물을 가해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사적 제재에 열광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올해 2월에는 구독자가 3만 명에 달하는 '범죄자 박제방'을 운영하던 C씨가 공갈 등의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