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철기의 개똥法학] 예외 없는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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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기의 개똥法학] 예외 없는 원칙이 있다

초유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법을 공부한 필자로서는 당시 상황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본 대통령의 인식에 많이 놀랐다. 예산을 감액하고 여러 차례 탄핵을 했다는 이유로 ‘다수 야당이 사법 및 행정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과연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다행히 2시간 반 만에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돼 비상계엄은 약 6시간 만에 해제됐고, 열흘 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다. 하지만 이후 절차는 지지부진하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체포영장이 집행되기는 했어도 대통령이 수사에 적극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체포영장의 위법 여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측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권이 없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관할권이 없다’, ‘체포영장에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기재한 것은 위법하다’는 등의 이유로 체포영장이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면서 한동안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했다.

하지만 대통령 측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최종적인 판단은 아니더라도 체포영장 발부로 공수처의 수사권이나 서울서부지법의 관할권은 일단 인정된 것이고, 체포영장의 기재는 학설의 주류적 견해를 확인적으로 기재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장도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공수처가 체포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청구한 것과 영장전담 판사가 일부 형사소송법 규정을 배제한다는 취지를 영장에 기재한 것이 다소 이례적이기는 하나, ‘이례적’이라고 해서 체포영장이 무효일 수는 없고 그것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할 사유가 될 수도 없었다.

대통령 계엄이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는 1차로 수사기관이, 최종은 법원이 판단할 것이다. 내란죄의 피의자에게도 방어권은 보장돼야 하며, 무죄추정의 원칙도 당연히 적용돼야 한다. 하지만 법원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 체포에 응했어야 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체포영장 집행 방법의 조율이나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그다음 문제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서 대통령만이 예외일 수는 없다.

내란죄가 성립하는지, 대통령이 탄핵되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프로세스가 신속하고도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국론을 분열시키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시간을 연장할 뿐 대한민국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당선됐다. 법치주의는 국가의 모든 통치가 법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조항 적용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법치주의 원칙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이제는 비상계엄의 후속 처리를 수사기관과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법적 절차 안에서 각자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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