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8일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내는 내용의 정부 조직 개편안을 재차 들고나왔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이재명 후보도 기재부 개혁 필요성을 시사한 만큼 민주당 집권 시 기재부 해체가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일영 김윤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를 주관한 정 의원은 “기재부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모든 부처의 상왕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개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기재부 분리 방안을 내놨다. 발제를 맡은 하태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재부 예산실은 예산이라는 행정자원을 관리하는 부서”라며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설립하고, 국무총리 산하로 옮겨 정부 전체의 정책 조정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기재부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 경제구조개혁국, 미래전략국도 기획예산처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제 국가인 한국에서 예산 기능은 대통령실로 가야 한다”며 “대통령실이 예산 기능을 수행하며 자신들이 내세운 공약과 아젠다를 실현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다른 경제부처 개편 방안도 제시됐다. 하 교수는 해양수산부의 수산 기능을 농림축산식품부로 이관하고, 해운 부문은 신설되는 주택교통부(가칭)에서 다뤄야 한다고 제시했다. 통계청은 통계처로 격상해 각 부처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합쳐 교육노동부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수는 금융위원회를 없애고 금융감독 관련 법령을 다루는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재무부로 나눠야 한다는 구상을 내놨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3일에도 기재부를 분할하는 내용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 후보는 전날 민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취재진에게 “기재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상당히 있다”며 “권한 남용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재정 기능을 총괄하는 현재의 기재부는 2008년 탄생했다. 이명박 정부는 당시 재정경제부의 재정정책 기능과 기획예산처를 합쳐 기재부를 설립하고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나머지 기능을 합쳐 금융위원회를 신설했다.
이광식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