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결국 낙마… 인사 검증 핵심라인까지 부실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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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 부동산 의혹, 닷새만에 사퇴
질문지 이외 검증 수단 없어 한계
李 임명 의지에 검증 소홀 가능성
與 비주류 사퇴 압박, 갈등 조짐도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오광수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하면서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특히 인사 검증을 총괄해야 할 민정수석이 닷새 만에 낙마한 것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검증 절차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 수석이 어젯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감안해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앞서 오 전 수석은 아내가 보유한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A 씨에게 명의 신탁해 차명으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보도 직후 오 전 수석은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 대통령이 한 차례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재산 의혹은 오 전 수석이 검증 과정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었다”며 “본인이 언론을 통해 사과 입장을 내면서 넘어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에 해당 부동산을 담보로 A 씨에게 저축은행으로부터 15억 원의 차명 대출을 부탁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여기에 대출 상환 과정에서 저축은행 사주가 일부 금액을 대신 상환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자 오 전 수석은 다시 사의를 표명했고 이 대통령이 전날 밤 이를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오 전 수석의 차명 대출 의혹에 대해서는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초기 인사 검증 과정에서 약 60개 항목, 200여 개의 질문이 담긴 고위공직 예비후보 사전질문지 외에는 별다른 검증 수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전질문지에도 본인과 가족의 민사소송 전력이나 부동산 명의신탁 등에 대해 진술하도록 돼 있는 만큼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충분히 확인 가능했던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사법연수원 동기인 오 전 수석에 대한 임명 의지를 밝힌 가운데 민정라인이 검증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서도 당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재를 찾는 작업을 했지만 외부로 소문이 날까 봐 적극적으로 검증 절차를 거칠 수 없었다”며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개된 기본적인 정보 외에는 더 알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오 전 수석의 사임 과정에서 일부 당내 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사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친명(친이재명)계와의 계파 갈등 조짐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친명계 핵심 의원은 “당내 일부 운동권 세력들이 오 전 수석 낙마를 주도한 것 아니냐”며 “이른 낙마로 이재명 정부가 ‘도덕 불감 프레임’에 빠져 버렸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이 공석이 되면서 다른 인사 검증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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