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는 배우이자 감독, 그리고 14번의 개인전을 개최한 화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원동력을 물었더니 "미혼이라서 가능했다"며 껄껄 웃었다.
영화 '브로큰'(김진황 감독)의 개봉을 앞두고 24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만난 하정우는 '열일'이 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해엔 시간적인 여유가 있었다.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고, 그래서 전시회도 열었다. 세 번째 연출작인 '로비'를 끝내놓고 후반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자신이 주연이자 감독으로 활약한 '허삼관'(2015)를 떠올리며 "'허삼관'의 마지막 촬영을 하고 상해로 넘어가 '암살'을 찍었었다. 당시에 온전히 '허삼관' 후반 작업에 집중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로비'는 후반 작업을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서 편집실도 자주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4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도 크랭크인했다. 그는 "이 영화는 2년 전에 연출로 제안받았는데 당시 판권이 해결이 안 됐다. 이후 해결되어 찍게 된 것"이라며 "작년 한 해 동안 '로비' 후반작업, 그림 그리기, '윗집 사람들' 시나리오를 썼다. 여유롭게 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게 미혼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다. 동생이 육아하는 것을 보면 장난 아니구나 싶더라. 우리 집에 놀러 오면 우인이 짐만 트렁크 2개를 들고 와서 세팅하더라. 낮잠 시간도 있고 밥도 먹여야 하고, 울기 때문에 온종일 보는 제가 지치더라"라고 말했다.
'조카 바보'로 유명하다고 하자 하정우는 동생인 소속사 대표 김영훈과 결혼한 황보라를 언급하며 "어디 가서 맨날 그 이야기를 해서 그렇다"며 "조바(조카 바보) 스타일이 맞다. 일주일에 한 번씩 조카를 보는 건 아니고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조카를 보면서 2세 욕심이 생겼다고. 그는 "아이를 낳고 싶은데 동생이 육아하는 걸 보면 '철저히 준비를 해야겠구나, 어떻게 감당하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하정우는 오는 2월 5일 신작 '브로큰'을 통해 관객을 만난다. 영화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다. 이 영화는 하정우의 거침없는 액션과 매력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전날 언론시사회 후 일각에서는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이 보인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그는 "'브로큰' 촬영 때 90kg에 육박해 평상시와 다른 몸놀림을 느꼈다"며 "자연인으로 경락도 받지 않고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도 이번이 데뷔작이시고 스태프들과도 처음 호흡을 맞췄다. 항상 같이하던 팀들과 했다면 익숙함이 있었을 텐데, 이 팀은 굉장히 새로워서 그들도 저를 그렇게 담은 것 같다. 저 역시 그들 앞에서 연기를 할 때 새로운 표정 같은 게 나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하정우는 '최연소 누적 관객수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굳건히 지키고 있으나 최근 개봉작 '하이재킹'(2024), '1947 보스톤'(2023), '비공식작전'(2023)은 흥행 면에선 크게 힘을 쓰지 못했다. 그는 하드보일드 냄새가 물씬 풍기는 '브로큰'을 통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그는 흥행과 관련해 "잘 됐으면 좋겠다"며 "제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좋은 성적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고 지금 그런 기운이라면 기다려 봐야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브로큰'은 오는 2월 5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