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로 나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쳤네”란 외마디가 절로 나왔을 정도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고 했다.
지난 14일 이재명의 인생과 정치철학을 담은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출간한 이 전 대표는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를 초반 ‘가짜 뉴스’로 치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연이어 “지금 국회로 모여야 한다”, “바상 상황이다”라고 전하면서 상황을 깨닫게 됐다는 이 전 대표는 “미쳤네”란 외마디와 함께 “국회로”란 세 글자만 급히 민주당 텔레그램 단톡방에 올렸다고 전했다.
그는 차를 타고 국회로 향하면서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야 했다”는 생각에 ‘이재명TV’ 라이브(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5·18 트라우마에 긴급 생방송
이 전 대표는 ‘어떻게 라이브 방송을 할 생각을 했나’란 질문에 “내 안에 잠재해 있던 ‘역사의 트라우마’가 당시 나를 일깨워 긴급 생방송을 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답했다.
그가 말한 역사의 트라우마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다.
이 전 대표는 ‘가슴에 화인처럼 새겨진’ 5·18 유가족 오열 모습과 함께 ‘광주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당시 긴급 호소 방송을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광주에 대한 이런 기억들이 지난해 12월 3일 밤 긴급 생중계를 하도록 이끌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총칼로 무장한 군인들을 국회의원들의 힘만으로 어떻게 막겠는가”라면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어야 내가 체포되더라도 국민들이 내가 잡혀가는 장면을 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국회 담을 넘을 때도 같은 생각으로 라이브 방송을 계속 켜뒀다. 이 전 대표는 “내가 불시에 잡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아, 이재명이 잡혀갔구나’라고 알수 있게 하기 위해서 였다”며 “나중을 위해서라도 아무도 모르게 소리 소문없이 잡혀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2·3 계엄 당시 이 대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약 107만명이었지만, 해당 방송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기준 240만회 조회됐다.
계엄 해제 현장서 이재명-한동훈 동상이몽
저서에 따르면 12·3 계엄 당시 이 전 대표는 본회의장에 도착한 민주당 의원 수가 151명을 넘겼다란 보고를 받고 가까스로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이 전 대표는 의결 정족수를 넘겼음에도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니 가슴이 타들어 갔다고 표현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 절차에 일체의 위반 사항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절차를 악착같이 챙겼는데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지연작전을 썼다는 게 이 전 대표의 주장이다.
이 전 대표에 따르면 추 원내대표는 의결을 12월 4일 오전 1시30분까지 미뤄달라고 계속 요청했고, 결국 오전 1시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앞서 출간한 그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계엄의 밤, 본회의장 안에 있던 나를 비롯한 국민의힘 사람들은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의 기복을 느꼈다. 무엇보다 고립감이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은 18명에서 더 늘지 않았다. 계엄 해제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본회의장에 오지 못한 의원들이 많은 것을 알기에 더 아쉬웠다”며 “이날 본회의장에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우리 당 의원이 40명만 됐어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라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와 본회의장에서 악수한 상황도 전했다. 한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우리 쪽으로 오는 것을 보고 의원들이 ‘대표님과 악수하는 그림을 만들려고 오는 것 같다. 자리를 피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계엄을 막는 데 민주당과 합심하는 것처럼 보이면 지지자들 보기에 불편할 수 있고, 나중에 이렇게 악수하는 그림이 이간질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그래도 인사를 일부러 피하는 건 졸렬해 보인다”고 하며 이 전 대표와 간단한 격려의 말을 건네며 악수했다.
그는 “계엄 밤부터 당 대표 사퇴할 때까지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들이 여러 차례 회담을 제의했지만 나는 예민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