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플랫폼, 에너지기반 미용기기, 디지털헬스케어, 영상진단 등의 선도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비상장기업의 2024년 성적표로 살펴본 5가지 인사이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12개 비상장기업의 실적을 영역별로 분석했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대표적인 미래 성장산업 중 하나인 의료기기 및 디지털헬스는 비상장기업에도 주목해야 할 기업들이 많다"며 "특히 몇 년 전부터 사모펀드들이 대형 의료기기 기업들을 인수함에 따라 오히려 비상장 기업임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미용플랫폼 기업에 대해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2024년 피부미용 외국인 의료관광객 70만명 시대와 안티에이징 트렌드에 힘입어 모든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가 분석했다. 실제 국내 미용후기 플랫폼 강남언니의 운영사인 힐링페이퍼의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3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129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힐링페이퍼는 국내 가입병원 3800개, 가입의사 8000명, 회원수 700만명(일본 고객 130만명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진이어스는 쁨클리닉(29개)과 상상의원(4개)에 대한 병원경영지원(MRO) 서비스 및 브랜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 경영지원 플랫폼 기업이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74% 성장한 1042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80% 증가한 213억원을 기록해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케어랩스 자회사인 국내 미용성형 플랫폼 기업 바비톡 역시 매출이 21% 늘어난 308억원, 영업이익도 43% 증가한 43억원으로 이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는 "다만 광고선전비 같은 판매관리비가 함께 증가하며 이익률 측면에서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며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플랫폼 기업이 MSO 기업보다 견조하다"고 했다. 이어 "주변국에 우리나라를 대체할 만한 국가가 등장하기 어렵고, 환율도 상대 국가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어 2025년에도 미용 플랫폼 기업이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기반 미용기기에 대해선 "사모펀드가 인수한 제이시스메디칼과 루트로닉 모두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며 "해외 실적은 온도 차가 존재하지만, 두 회사 모두 내수 시장에서 상당한 개선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해외 사업은 얼마나 빠르게 인수 후 통합과정(PMI)을 마무리하고 최적화를 끌어내는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프랑스계 사모펀드 아키메드가 인수해 비상장사로 전환한 제이시스메디칼은 매출이 34% 증가한 192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선 전년 대비 74% 늘어난 481억원으로 클래시스에 이어 2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국내 최대 에너지기반 미용기기업체 루트로닉의 매출도 전년 대비 6% 증가한 288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2023년 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 23호)에 인수된 이 회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이 2400억원 수준으로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2000억원대 수출을 자랑한다. 미주 매출은 13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대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은 부진했다. 그는 "미용기기 산업은 사모펀드의 영향력이 큰 시장인 만큼 각 사모펀드의 전략과 영향을 비교해보는 것은 향후 다른 세부 영역에도 적용할 좋은 사례분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치과 의료기기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중국 시장을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세계 5대 치과기업 중 하나인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년 대비 8% 성장한 1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매출은 3447억원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고 북미지역도 2184억원으로 1% 줄어들었다. 그는 "경쟁사인 스트라우만이 중국에서 2024년에도 전년 대비 52% 성장한 3억9000만 스위스 프랑을 기록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함께 MBK에 인수된 치과 장비를 제조하는 메디트는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됐지만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2022년 실적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1423억원을 기록했다. 메디트는 입안 구석구석의 사진을 찍어 3차원 사진으로 정합하는 구강스캐너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이다.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중국기업들의 약진을 우려하고 있다"며 "그러한 점에서 물량기반조달(VBP) 시행 이후 중국 시장의 다이나믹스 변화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치과의사인 박광범 원장이 창업한 치과용 의료기기 기업 메가젠 임플란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304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영상진단 대표기업인 삼성메디슨에 대해 김충현 애널리스트는 "2021년부터 4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24년 매출은 5712억원을 기록했다"며 "매출총이익률과 현금흐름도 매년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메디슨은 삼성그룹의 의료기기 계열사로 국내 선도 의료기기 기업이었던 메디슨이 전신이다. 초음파 진단기기에 집중하고 있으며, 초음파 진단기기가 전체 매출의 83~90%를 차지한다. 지난해 북미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67% 증가했고, 중남미는 34%, 유럽은 18% 증가하며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대 시장인 아시아에서는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그는 "최근 남미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5년에는 남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메디슨은 삼성 그룹 헬스케어 기업 중 상대적인 주목도가 덜한 기업"이라며 "꾸준한 실적개선이 거듭된다면 그룹 내에서 주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카카오헬스케어, 넛지헬스케어, 바디프랜드 등 디지털 헬스 분야에 대해선 "비용 증가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가 2025년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고 했다. 캐시워크라는 앱을 통해 걷는 거리에 따라 이용자에게 보상해주는 넛지헬스케어는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했으나 비용이 크게 증가해 정신건강 영역 및 일본시장 등으로 다각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1180억원을 기록했다. 그는 카카오헬스케어에 대해선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카카오로부터 2번에 걸쳐 총 1489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나 영업적자 확대가 매년 지속되면서 2024년말 현금성 자산은 119억원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자금조달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바디프랜드에 대해선 "침투율 증가와 경쟁 심화로 실적 부진을 지속하던 바디프랜드는 3년 만에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했다. 다만 "다른 헬스케어 영역으로 다각화와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나, 아직 안마의자 비중이 절대적(80% 중반)으로 높고 내수 비중이 95%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