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최근 미국투자이민(EB-5) 상담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투자자들의 질문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어떤 프로젝트가 영주권을 빨리 받을 수 있습니까?”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이 프로젝트, 고금리 상황에서도 끝까지 갈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 이란 전쟁이 바꿔놓은 투자이민의 풍경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2026년 2월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전쟁이 강남의 투자이민 상담 부스에까지 직접적인 파장을 미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이는 즉각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재점화시켰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시장의 바람은 꺾였고 오히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모기지 금리가 다시 반등하는 고금리 장기화 국면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과 고금리라는 거시 경제의 거대한 파도는 글로벌 자본의 이동 경로를 바꾸고 있다. 전쟁의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중동의 부유층은 물론, 유가 급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한국의 자산가들까지 달러 자산과 미국 영주권이라는 두 가지 안전망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EB-5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 자금이 투입될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이나 인프라 시장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2. 고금리·고유가 시대, EB-5 프로젝트에 무엇이 달라지는가
거시 환경의 변화는 EB-5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미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은행의 선순위 대출(Senior Loan), 개발사의 자기 자본(Equity), 그리고 그 사이를 메우는 메자닌 대출(Mezzanine Loan)이나 우선주(Preferred Equity) 형태의 EB-5 자금으로 구성된다.
과거 저금리 시절에는 은행 문턱이 낮아 개발사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선순위 대출을 쉽게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은행들은 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조이고 있으며, 금리마저 치솟아 개발사들의 자금 조달 비용(Cost of Capital)이 급증했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 차질과 유가 상승은 건설 자재비와 인건비를 끌어올리며 프로젝트의 전체 예산을 팽창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신용 경색이 발생할 때 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것이 바로 EB-5 자본이다. 은행 대출이 막힌 개발사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장기적인 자금인 EB-5를 유치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 나오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전체 자본 구조에서 EB-5 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개발사 입장에서 EB-5는 ‘단비’ 같은 존재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것이 ‘독이 든 성배’가 아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부실한 프로젝트가 EB-5 자금에만 기대어 연명하려는 것은 아닌지,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을 견디지 못하고 중간에 좌초될 위험은 없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진 것이다.
3. 지금 투자자가 던져야 할 질문들: 왜 ‘구조’인가
그래서 지금 EB-5 시장은 단순한 비자 취득 절차가 아니라, 철저한 금융 투자와 리스크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2026년 하반기, 이란 전쟁의 불확실성 속에서 투자이민을 결심한 투자자라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바꿔야 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조감도와 그럴싸한 상환 전략을 제시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구조적 취약성을 읽어내야 한다.
투자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째, 자본 구조(Capital Stack) 내에서 EB-5 자금의 위치는 어디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순위 대출(Senior Loan)의 규모와 조건이다. 고금리 환경에서는 선순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져 프로젝트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만약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지연되거나 분양이 저조할 경우, 은행은 가장 먼저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이때 후순위에 위치한 EB-5 자금은 원금 손실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개발사가 얼마나 많은 자기 자본(Developer Equity)을 투입했는지, EB-5 자금보다 후순위에 위치한 자본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기 자본 투입 비율이 높을수록 개발사는 프로젝트 성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EB-5 투자자의 안전판이 된다.
둘째, 개발사와 리저널 센터의 ‘진짜’ 실력은 무엇인가? 과거의 성공 사례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극심한 경기 침체기에도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EB-5 자금을 상환한 경험(Track Record)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들이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셋째, 완공 보증(Completion Guaranty)과 자금 조달 보증은 확실한가?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사비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날 경우, 추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 한다. 모기업이나 신용도 높은 제3자가 완공을 보증하고 초과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약정이 문서로 명시되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4. 불확실성의 시대, 구조를 읽는 투자자가 살아남는다
2026년 9월 30일로 예정된 ‘그랜드파더링(Grandfathering)’ 조항의 만료와 2027년 초 투자금 인상이라는 제도적 시한폭탄은 전 세계 투자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라는 마케팅 문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쫓기듯 내린 결정은 훗날 더 큰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
투자이민은 숫자로 시작하지만, 결과는 구조에서 갈린다. 그리고 그 구조를 읽는 순간, 투자이민은 단순한 비자 절차가 아니라 한 가족의 인생 설계이자 자산 보호 전략이 된다. 이란 전쟁이라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 영주권과 달러 자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장 보수적이고 깐깐한 시선으로 프로젝트를 해부해야 한다.
“영주권은 얼마나 안정적으로 진행되는가” 그리고 “투자금은 얼마나 안전하게 회수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끝까지 명확한 근거와 구조로 답할 수 있는 프로젝트만이 진짜 좋은 프로젝트라고 답하고 싶다. 지금은 소문과 분위기에 휩쓸릴 때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뼈대를 읽어내는 안목과 이를 검증해 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김지영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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