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미국 유학 이후 현지 취업을 고민할 때 많은 이들이 일정한 경로를 떠올린다. 졸업 후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통해 실무 경험을 쌓고, 이후 H-1B 취업비자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겉으로 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 제도는 훨씬 더 복잡하고 까다로운 구조로 작동한다. 핵심은 취업 경쟁 그 자체보다 체류 자격을 유지하는 과정이 여러 단계의 선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에 있다.
OPT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위험 요소는 이미 작동하기 시작한다. OPT 개시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일자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체류 자격이 종료된다. 이 규정은 취업의 기준을 바꾸어 놓는다. 이 시점에서의 목표는 이상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근무 기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게 된다. 무급 인턴, 단기 계약직, 시간제 근무까지 포함해 체류 유지가 우선순위가 된다. 이 과정에서 커리어 방향은 상당 부분 제약을 받게 된다.
실제 취업 상황을 살펴보면 그 구조는 더욱 분명해진다. STEM 전공자의 경우 OPT 기간 중 취업률은 60~80% 수준이며, 비-STEM 전공은 30~5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수치는 다양한 형태의 근무를 모두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정규직에 진입하는 비율은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
다음 단계에서는 또 다른 조건이 작동한다. 고용주가 H-1B 취업비자 스폰서를 제공할지 여부다. 실무적으로 보면 50~70% 정도만이 스폰서 기회를 확보하며, 나머지는 비용 부담과 행정적 리스크 등의 이유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스폰서를 확보했다고 해서 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H-1B 비자는 추첨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마지막 단계에서도 불확실성이 남는다. 1회 추첨에서 당첨될 확률은 20~30% 수준이다. STEM 전공자는 최대 3회까지 도전할 수 있어 누적 확률이 50~65% 수준까지 올라가지만, 비-STEM 전공자는 사실상 1회의 기회에 의존하게 된다.
이 모든 단계를 종합하면 구조는 더욱 선명해진다. STEM 전공 기준으로 OPT 취업, 스폰서 확보, 추첨 당첨까지 모두 통과할 확률은 15~35% 수준이다. 비-STEM 전공의 경우 이보다 훨씬 낮아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무른다. 재학 중 CPT(Curricular Practical Training) 인턴십부터 준비하더라도 전체 성공 확률은 6~15% 수준에 그친다. 이 시스템은 경쟁을 넘어, 단계적으로 탈락이 누적되는 구조에 가깝다.
이 문제를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의미는 더욱 분명해진다. 수억 원의 유학 비용과 수년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외부 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스폰서를 확보하지 못하면 체류가 종료되고, 스폰서를 확보하더라도 추첨에서 탈락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자녀의 역량과 노력과는 별개로 커리어가 반복적으로 단절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영주권의 의미가 또렷해진다.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90일 실업 제한, 고용주 의존 구조, 그리고 추첨이라는 변수가 계속해서 영향을 미친다. 반면 영주권이 확보되면 이러한 요소들은 사라진다. 실업 기간에 대한 제한이 없고, 고용주의 스폰서 없이 자유롭게 취업과 이직이 가능하며, 추첨이라는 변수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영주권은 체류 자격을 넘어, 커리어를 비자 구조로부터 분리하는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영주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취업 기반 영주권은 여전히 고용주 의존 구조를 따른다. PERM 절차와 긴 대기 기간, 그리고 고용주 리스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미국투자이민(EB-5)은 구조적으로 다른 접근을 제공한다. 고용주에 의존하지 않으며, 추첨 과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절차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경로로 평가된다. 현재 기준 80만 달러 수준의 투자로 진행되며, 자금 출처가 명확하면 신청 자체는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부모가 주신청자로 투자이민을 진행할 경우 자녀를 동반가족으로 포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녀가 만 21세 미만이라면 함께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녀는 전혀 다른 환경에 놓이게 된다. OPT의 90일 제한을 고려할 필요가 없고, H-1B 스폰서나 추첨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졸업 이후 바로 자유로운 취업이 가능하며, 커리어 선택이 비자 상태와 분리된다. 앞서 설명한 모든 확률 구조를 거치지 않게 되는 셈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OPT와 H-1B 취업비자는 외부 변수와 확률에 의존하는 임시적 경로다. 반면 영주권은 이러한 구조 자체를 제거하는 상태에 가깝다. 그리고 미국투자이민은 그 전환을 현실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이 문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에 가깝다.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불확실성을 감수할 것인지, 구조적으로 제거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세울 필요가 있다.
[이문희 객원칼럼니스트(국민이주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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