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데이터센터 해법 차이
美, 실질적 비용 완화에 초점
유럽은 전력연계 조건 강화
韓, 제도공백속 주민불신 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주민 반발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연구기관 굿잡스퍼스트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최소 12개 주가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워치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무산된 데이터센터 건설 프로젝트의 투자 규모는 1560억달러(약 23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갈등 양상은 한국과 다소 다르다. 미국 주민들은 전기요금 인상과 냉각수 등 수자원 소비 같은 실질적 비용 부담에 반발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약한 '전자파 괴담'이 갈등의 중심에 놓여 있다.
미국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면 해당 지역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떨어지고 전기요금이 뛰는 구조다.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에 데이터센터가 300여 개 있는데, 해당 주민들은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에선 데이터센터 분쟁이 전력·수자원 등 정량적 이슈를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협상 역시 수치 기준을 놓고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사회 이익 협약(Community Benefit Agreement·CBA)을 도입해 조건부 허용에 나서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시는 지난해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일일 물 사용량 2만갤런 상한, 청정에너지 사용 의무, 2000만달러 규모의 지역사회 기금 출연 등을 조건으로 하는 CBA를 체결했다.
아일랜드는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더블린 일대 데이터센터 신규 연결을 사실상 제한해왔으나 지난해 말 규제 개편을 통해 조건부 허용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신규 데이터센터는 자체 또는 인근 발전 설비를 확보해 전력 수요를 충당해야 하며, 연간 전력 사용량의 80%를 신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요건을 운영 시작 후 6년 이내에 충족해야 한다.
반면 국내에선 '전자파에 노출되면 발암 위험이 높다' 식의 검증되지 않은 괴담과 공포가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려에 과학적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오염 물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소음과 먼지, 진동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예전에 동네 곳곳에 있던 전화국과 비슷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파는 무선 통신에서 나오는 것이고, 데이터센터는 유선 기반이라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해 국내 데이터센터 6곳의 전자파 강도를 측정한 결과 모두 인체 보호 기준의 1% 내외인 낮은 전자파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괴담 확산의 배경에는 제도적 공백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건축법 시행령 등에 따라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사전 고지 체계도 여전히 개선 중이다. 서울 독산동 1호 데이터센터가 허가될 당시에는 주민 사전 고지를 의무화하는 조례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게 금천구청의 입장이다.
결국 이번 분쟁이 확산한 뒤에야 금천구의회가 사전 고지 조례를 제정하고 고지 범위를 확대했지만, 이미 주민들의 불신은 굳어진 뒤였다.
유 교수는 "미세먼지 측정 전광판처럼 데이터센터 인근에 실시간 전자파 모니터링 장비를 설치하고 기준 초과 시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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