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 25%가 본격 적용되기 시작한 지난 7월부터 수출 물량이 현대차 소형 SUV 코나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한국GM의 또 다른 인기 모델 트레일블레이저는 8~9월 수출 물량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의 대미 수출 주요 모델로,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출량에서 각각 1위, 4위를 차지하며 한국GM의 실적을 이끌었다. 대미 관세 여파로 이처럼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경우 한국GM의 실적에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대미 자동차 관세 25%가 적용되기 시작한 7월 수출 물량이 1만8113대를 기록해 현대차 소형 SUV 코나(1만8255대)에 밀려 2위로 내려왔다. 올 상반기(1~6월) 줄곧 코나보다 수출량에서 앞서며 1위를 달린 것과 대조적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이후 8월에도 수출 물량 1만5700대를 기록, 코나(1만9076대)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어 지난달에는 코나(1만7734대)뿐 아니라 아반떼(1만5544대), 팰리세이드(1만5539대)에도 추월당해 4위로 주저앉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함께 지난해 수출 실적을 이끌었던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대미 관세가 본격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지난 8~9월 수출 상위 10위 모델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올해 1월 9524대(7위), 2월 1만2059대(4위) 3월 1만2530대(4위), 4월 1만2595(5위), 5월 1만6390대(4위) 6월 1만5147대(5위), 7월 1만2849대(4위)를 기록했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고전하는 한국GM의 최근 실적을 이끌어온 대표 차종이다. 내수보다 수출에서 강세를 보였다. 한국GM의 지난해 연간 해외 판매는 47만4735대였는데 이 중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가 각각 29만5883대, 17만885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연간 해외 판매량 중 미국 수출 물량은 41만8792대로 전체 수출량의 88.5%를 차지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사실상 무관세로 수출하던 차량이 지난 7월 초부터 대미 관세 25%가 적용되면서 수출 물량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두 모델은 모두 엔트리급의 소형 SUV여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 관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국GM의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출 물량이 흔들리면서 일각에선 한국GM이 결국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지연됐던 무역 협상이 속도를 내면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가 현재 25%에서 15%로 낮아질 경우 부담이 지금보다는 낮아질 전망이다. 일본, 유럽연합(EU)은 현재 관세 협상을 마쳐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15%의 자동차 관세를 적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통상 협상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가 지연되면서 여전히 한국산 차량에 대한 대미 관세 25%를 적용 중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한 미국 워싱턴DC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이번 방미 전보다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계기의 타결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대부분 쟁점에 상당히 의견 일치를 봤는데 여전히 조율이 필요한 남은 쟁점들이 한 두 가지 (남아)있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