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육류 인플레이션'…국내 밥상 물가 압박 [글로벌 머니 X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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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17 07:00 수정2025.06.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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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육류 인플레이션’…국내 밥상 물가 압박 [글로벌 머니 X파일]

최근 미국 소고기와 돼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육 규모 감소와 투기 수요 증가 등의 영향이다. 국내에선 ‘식육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기준 생우(라이브캐틀·비육우) 선물 가격이 파운드당 228~229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돈육 선물가격은 최근 파운드당 109~110센트 수준을 유지했다. 역시 높은 수준이다.

미국 소 사육 규모가 감소한 영향이다. 올해 1월 기준 8720만 두로 195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돼지 역시 생산이 크게 늘지 않았다.

이는 이유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심각한 가뭄과 겨울철 한파로 목초지와 사료 작물 생산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2023년 미국 전역은 최악 가뭄을 겪어 목초지가 황폐해졌다. 60% 수준의 국토가 가뭄 재해 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영향으로 옥수수 등 소 사료 가격이 급등해 축산농가 부담이 커졌다. 사료비 부담을 견디지 못한 농가들은 사육 두수를 줄였다. 단기적으로는 도축이 늘어 한때 고깃값이 안정됐다. 하지만 번식우 감소로 공급 기반이 약해졌다.

미국발 ‘육류 인플레이션’…국내 밥상 물가 압박 [글로벌 머니 X파일]

작년 말과 올해 초 겨울에는 기록적 한파와 폭설이 소 사육지대를 덮쳤다. 저온 스트레스로 평균 도축체중 3% 감소 등 추가적인 공급 차질을 빚었다. 가축 질병 영향도 있었다. 작년 멕시코산 소에서 기생충 감염(나사구더기)이 발견돼 미국은 수입을 일시 중단했다.

반면 수요는 늘었다. 이달 기준 미국 소고기 도매가격(초이스 등급)은 100파운드당 378달러로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기적 매수세도 붙었다. 육류 수요가 탄탄해 보이자 선물시장의 투자자의 매수세까지 겹친 것이다. 이달 10일 기준 소 선물 순매수는 13만7836계약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돼지 선물도 9주 연속 순매수가 증가해 11만8218계약을 기록했다. 미국 내 돈육 부위별 가격 중 삼겹살(포크벨리) 가격 급등이 선물가를 견인했다. 6월 초 돼지갈비(포크벨리) 도매가격도 100파운드당 157.10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6.94달러 상승했다.

중국의 미국산 돈육 수입 재개 움직임도 가격을 올렸다. 최근 중국 세관이 미국산 돈육·가금육 가공장 106곳을 대거 승인했다.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 증가 기대가 커졌다.

국내 미국산 수입 소고기 가격은 최근 소폭 등락했다. 작년 12월에는 kg당 1만5391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계절적 요인과 일시적 조정으로 올해 2~3월에는 kg당 1만3800원대까지 낮아졌다.

수입 가격 등락은 글로벌 소고기 가격과 환율 변동의 영향을 동시에 받은 결과다.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수입고기의 원화 환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작년 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들어 안정됐지만 2023년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다.

미국발 ‘육류 인플레이션’…국내 밥상 물가 압박 [글로벌 머니 X파일]

미국의 소·돼지 가격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에 영향을 준다. 결국 수입 소고기 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우와 한돈 도매가격도 최근 수요 증가와 사육 두수 감소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축산물 물가는 이미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축산물은 6.2% 뛰면서 2022년 6월(9.5%) 이후 3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글로벌 소 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라보리서치의 동물성 단백질 수석 애널리스트인 앵거스 기들리 베어드는 "유럽·미국 모두 질병과 해충으로 공급이 역사적 낮은 수준"이라며 "이미 높은 소값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라보뱅크의 수석 애널리스트 랜스 진머맨은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견뎌내면서 소고기 수요는 3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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