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알라딘’ 外

2 days ago 2
《운명은 인간을 주저앉힌다. 그럼에도 일어서서 나아가는 이들이 있다. 모험에 뛰어들기도 하고 먼 길을 돌고 돌다 자신의 마음을 직시한 후 방향을 찾기도 한다. 운명과 삶을 다채로운 결로 풀어낸 뮤지컬을 소개한다.》

뮤지컬 ‘알라딘’
황홀함과 놀라움으로 꽉 찬 여정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맨 위 왼쪽·정성화)와 알라딘(맨 위 오른쪽·박강현), 무용수들이  번쩍이는 동굴에서 ‘나 같은 친구’를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알라딘’에서 지니(맨 위 왼쪽·정성화)와 알라딘(맨 위 오른쪽·박강현), 무용수들이 번쩍이는 동굴에서 ‘나 같은 친구’를 부르고 있다. 에스앤코 제공
아그라바 왕국에서 도둑질하며 살던 알라딘이 요술 램프를 갖게 되면서 펼쳐지는 모험과 사랑을 화려한 볼거리와 감미로운 노래로 버무렸다. 뮤지컬이 보여줄 수 있는 미덕들을 최대치로 응집시킨 작품이다. 1992년 개봉한 디즈니 원작의 동명 애니메이션 영화를 무대로 옮겼고, 한국에서 초연 중이다. 2014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후 10년 넘게 공연되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온통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동굴, 램프 요정 지니의 손짓 하나하나에 순식간에 펼쳐지는 현란한 쇼에 탄성이 터져 나온다. 탭 댄스, 밸리 댄스, 스틱 댄스도 이어진다. 색색으로 가득한 입체 동화 같은 무대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알라딘과 자스민 공주가 마법 양탄자를 타고 밤하늘을 날며 ‘A Whole New World’를 부르는 장면은 영리한 연출이 돋보인다. 무대 바깥 벽면까지 별빛 조명을 쏘아 시야를 확장시키고 알라딘과 자스민만 드러나게 한 것. 양탄자는 보이지 않게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몰입도를 높였다.

알라딘 역은 김준수 서경수 박강현이 맡았다. 지니는 정성화 정원영 강홍석이 연기한다. 자스민 역에는 이성경 민경아 최지혜가 발탁됐다. 이성경은 이번에 뮤지컬에 데뷔했다. 서경수는 호기심 많고 새로운 세계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알라딘을 매끄럽게 연기한다. 정성화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채 자유를 갈망하는 재간둥이 지니 그 자체다. 압도적인 성량, 유연한 몸놀림에 특유의 입담으로 웃음을 빵빵 터지게 만든다. 최지혜는 맑고 시원한 목소리로 운명을 개척하는 자스민을 강단 있게 표현했다.

6월 22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9만∼19만 원.
7월 부산 남구 드림씨어터 개막 예정.


뮤지컬 ‘웃는 남자’
인간 존엄성-탐욕 비추는 압도적인 무대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유랑극단. 기이한 미소를 지닌 그윈플렌은 공연을 하다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는 유랑극단. 기이한 미소를 지닌 그윈플렌은 공연을 하다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입 양쪽이 찢어져 늘 웃는 것처럼 보이는 그윈플렌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 대해 묻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를 고발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창작했다. 2018년 초연된 후 네 번째 공연이다. 뮤지컬 ‘레베카’, ‘엘리자벳’, ‘팬텀’의 연출가 로버트 요한슨이 대본을 쓰고 연출했다.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함께 했다.

17세기 영국, 아이들을 납치해 기형적인 모습으로 만든 뒤 귀족들의 유흥거리로 팔던 인신 매매단이 그윈플렌의 얼굴을 기이하게 만들었다. 눈보라 속에 버려진 어린 그윈플렌은 죽은 여자의 품에서 아기를 발견하곤 데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떠돌이 약장수 우르수스는 그륀플렌과 데아를 키우고, 그윈플렌의 기이한 미소와 눈 먼 데아의 이야기로 유랑극단을 꾸린다. 앤 여왕의 이복동생 조시아나 공작부인은 그윈플렌의 공연을 보고 그에게 빠져듣다. 이에 흔들리던 윈플렌은 고문소로 끌려가고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넘버와 압도적인 무대 연출,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묵직한 주제를 완성도 있게 드러낸다. 폭풍우에 배가 침몰하는 광경, 층층이 위압적으로 구현한 상원 의회, 성대한 가든파티 등 볼거리가 이어진다.

그윈플렌 역은 박은태 이석훈 규현 도영이 맡았다. 우르수스는 서범석 민영기가 연기한다. 데아 역에는 이수빈 장혜린이, 조시아나 역에는 김소향 리사가 각각 발탁됐다. 규현은 귀족들에게 가난한 이들을 보라며 외치고, 마침내 데아를 향한 사랑을 받아들이는 등 회오리치는 여러 감정을 절절하게 연기한다. 이수빈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데아를 맑게 그려낸다. 김소향은 모든 것을 가졌지만 공허함을 느끼는 조시아나를 설득력 있게 연기한다.

3월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8만∼17만 원.

뮤지컬 ‘시지프스’
강렬하게 파고드는 삶의 의미

뮤지컬 ‘시지프스’에서 네 배우들은 폐허 속에서 ‘이방인’ 공연을 한다.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시지프스’에서 네 배우들은 폐허 속에서 ‘이방인’ 공연을 한다. 과수원뮤지컬컴퍼니 제공
전염병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어느 세상. 네 명의 배우 언노운, 포엣, 클라운, 아스트로가 모였다. 이들은 폐허 속에서 제안한다. 시지프스처럼 돌을 굴려보자고. 배우에게 돌은 이야기를 의미한다. 포엣이 바닥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을 주워들고, 이들은 연기하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눈물 흘리지 않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사람을 총으로 쏘아 죽인 뫼르소의 이야기를.

추정화 연출가와 허수현 음악감독, 김병진 안무감독이 손잡고 만든 창작 뮤지컬로 초연 중이다. 카뮈가 1942년 ‘이방인’과 에세이 ‘시지프 신화’를 함께 발표한 것을 연결지어 생각하게 한다.

네 배우는 뫼르소와 주변 인물들을 각각 연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파고든다. 산 정상으로 굴려 올려도 이내 아래로 떨어지는 돌처럼 배우들이 펼치는 공연도 이야기가 끝나면 사라진다. 그럼에도 이들은 삶을, 공연을 이어간다.

배우들은 강렬한 음악과 안무를 짜임새 있게 소화한다. 쉽지 않은 소재를 매끄럽게 결합시키고 위트를 더해, 무겁지 않으면서 몰입도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언노운 역은 이형훈 송유택 조환지가 맡았다. 포엣은 정다희 박선영 윤지우가, 클라운은 정민 임강성 김대곤이 각각 연기한다. 아스트로 역에는 이후림 김태오 이선우가 발탁됐다. 네 배우의 단단한 합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인상적이다.

3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스24스테이지 2관. 5만∼7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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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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