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중심 공연 문화 밴드와 접목… ‘QWER’ 미니 3집, 1주새 8만장 판매
10주년 ‘데이식스’ 공연엔 10만 운집… ‘드래곤포니’ 등 신예 밴드들도 인기
“무대 관람하며 같이 즐기는 느낌”
1980, 90년대 이후 “한국에서 밴드는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밴드의 대중적 성공이 드물었던 국내 대중음악계에 드디어 새로운 밴드 음악의 ‘내일’이 온 걸까. 최근 대형 기획사가 내놓은 아이돌 밴드를 비롯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밴드들이 인기를 얻으면서 ‘밴드 전성시대의 부활’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음악계에선 최근 라이브 공연 중심의 음악 소비 문화가 자리 잡은 데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세계관을 형성하는 아이돌식 팬덤 문화가 밴드와 접목된 것을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이런 밴드 음악의 유행 역시 소비 지향적인 일시적 흐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희망적 성장 스토리로 공감대 형성걸밴드의 대표 주자 격인 ‘QWER’은 9일 발매한 미니 3집 ‘난 네 편이야, 온 세상이 불협일지라도’가 한터차트(6월 9∼15일) 기준 약 8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전작의 최고 판매량(5만 장)을 가뿐히 뛰어넘은 것. 타이틀곡 ‘눈물참기’는 벅스 1위, 멜론 ‘TOP100’ 35위를 기록했고, 데뷔곡 ‘고민중독’과 2집 수록곡 ‘내 이름 맑음’도 음원 차트에서 순위가 동반 상승했다.
2023년 데뷔한 QWER은 원래 운동 유튜버 김계란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였다. 스트리머 출신 쵸단과 마젠타, 일본 걸그룹 출신 시연, 틱토커 히나 등 독특한 이력을 지닌 멤버들로 구성됐다. 개인별로 소셜미디어에서 이미 많은 팬을 확보해 데뷔 초부터 화제를 모았지만 녹음된 음악을 튼다는 ‘핸드싱크’ 의혹과 음악성 부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QWER은 대중성 강한 멜로디와 희망적인 메시지의 가사로 공감을 얻었다. 점차 실력도 눈에 띄게 향상되며 여러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는 ‘성장 서사’를 만들어 냈다. QWER은 미니 3집 발매 쇼케이스 무대에서 “첫 합주 땐 ‘해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우리가 사랑받는 밴드가 됐다”며 “이런 성장 과정이 QWER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또 다른 ‘밴드 붐’의 대표 주자는 데뷔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은 ‘데이식스’다. 데이식스는 지난달 서울 송파구 KSPO돔에서 열린 세 번째 월드투어 피날레 공연에서 9만6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2015년 데뷔 초엔 아이돌 그룹들에 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멤버들이 군 복무 동안 내놓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예뻤어’ 등이 역주행했다. 서정적이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들로 이젠 ‘대세 밴드’로 자리 잡았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YB’(윤도현밴드)도 건재함을 과시한다. YB는 2월 메탈 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운 정규 11집 ‘오디세이’를 발표한 데 이어, 전국 대학 축제를 순회하며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밴드들”
이 밖에 ‘유다빈밴드’와 ‘한로로’ ‘드래곤포니’ 등 따뜻한 멜로디로 청춘의 감성을 노래하는 신예 밴드들도 인기가 만만치 않다. 록 장르의 강렬함보단 희망찬 감성을 지향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박희아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전까지 밴드는 마니아 취향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은 대중이 가볍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한다”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콘셉트 없이 노래만으로 승부하는 밴드도 많아졌다”고 평했다.
밴드의 부상은 K팝을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이들 중엔 같은 앨범을 무더기로 사고 팬사인회에도 빠지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밴드는 페스티벌이나 소극장 무대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관객과 ‘같이 즐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뮤지션에 더 가까이 다가가길 원하는 흐름과 맞물려 밴드의 인기는 당분간 꾸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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