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사먹는다고?” 인식 바꾼 삼다수, 30년간 ‘부동의 1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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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삼다수

제주삼다수
본래 우리나라에서 생수는 판매 금지 품목이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한정으로 한시적으로 생수를 판매했지만, 폐막 후에는 국민 위화감 조성을 이유로 다시 폐지됐다.

하지만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수 판매 허용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7년간의 공방 끝에 1994년 3월 대법원이 생수 판매금지 무효 판결을 내렸고, 1994년 3월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당시까지 금지됐던 생수의 국내 시판을 공식 허용했다.

1995년 1월 ‘먹는 물 관리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생수시장이 열렸다. 현재 국내 생수시장 1위 브랜드인 제주삼다수도 이때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1995년 3월 도민의 복지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먹는샘물 사업을 추진할 제주개발공사가 설립됐으며, 같은 해 12월 지하 420m에서 제주삼다수의 원수인 화산암반수를 취수하는데 성공했다. 본격적으로 제품화된 건 1998년 2월부터다.

2010년 약 4000억 원 규모에 불과했던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2조3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관련 브랜드도 300여개나 된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제주삼다수는 지난 1월 기준 오프라인 점유율 40.5%를 기록하고 있다. 한라산 단일 수원지라는 경쟁력과 27년간 이어온 품질, 그리고 공기업이 생산하는 먹는샘물이라는 점에서 신뢰도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주개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제3취수원 전경.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개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제3취수원 전경.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개발공사는 제주삼다수의 원천인 지하수의 청정성을 지키기 위해 1996년부터 취수원 일대 토지를 선제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현재까지 매입한 토지는 약 71만6600m²으로 축구장 100개 규모에 달한다.

또한 제주삼다수는 취수원이 포함된 표선유역 전체 면적(207.3㎢)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1%에 해당하는 유역을 관리하며 원수의 품질을 근본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취수정 주변에는 지하수 관측망을 설치해 지하수위, 취수량, 수질 등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취수원 수자원 통합정보시스템(i-SGMS)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정밀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제주삼다수의 연간 지하수 취수량 및 생산량은 약 100만t이다. 연간 취수량은 2001년부터 약 8%(5년 단위 연평균 취수량 기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지하수 고갈 문제에서 제주삼다수와의 연관성이 지속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제주삼다수 취수 허가량은 연간 165만6000t(1일 4600t)으로 연간 제주도 지하수 함양량(생성량) 17억5800만t의 0.09%만 이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제주개발공사 수자원연구팀이 한국수자원학회 논문집에 발표한 제주삼다수 취수원 주변 지역 지하수 특성에 대한 논문 자료에 따르면, 제주삼다수 취수원 주변 감시정 아홉 곳을 대상으로 20년에 걸쳐 수집한 결과 지하수위는 강수량에 의해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다만 제주개발공사는 기후변화 등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수자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연구‧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지하수위 예측 기술을 시험 운영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한 취수원 통합 데이터 관리 시스템(i-SGMS)을 고도화하여 더욱 정밀한 수자원 관리 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미래 지하수 고갈에 직접 관련은 없으나 제주의 자원을 활용하는 공기업으로서 선제적 관리를 시행하는 차원이다.

제주삼다수가 생산되는 공장 모습.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삼다수가 생산되는 공장 모습.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삼다수는 2018년부터 운영 중인 500ml 전용 L5 스마트팩토리를 통해 AI와 빅데이터 기반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취수부터 포장, 출고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되어 있으며, 생산량, 불량률, 품질 데이터까지 실시간 분석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곳은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시간당 500ml 제주삼다수를 약 7만6000병(초당 21병) 생산할 수 있다.

제주삼다수 제조 공장에서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삼다수 제조 공장에서 무인 자동화 시스템으로 제품이 생산되는 모습.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유통 과정에서도 ‘제품추적시스템’을 통해 생산된 제품의 유통 경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제품과 팔레트마다 바코드를 부착해 제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의 정보를 데이터로 기록하며, 문제 발생 시 즉각 추적과 대응이 가능한 품질 보증 체계를 마련했다.

제주개발공사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아 친환경 스마트팩토리 L6 착공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7년 완공이 목표이며, 이에 따라 연간 제주삼다수 생산량은 150만t으로 현재 대비 50t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삼다수 페트병이 제작되는 순서. PET칩을 프리폼으로 만든 후 가열해 삼다수 제품 사이즈에 맞게 늘린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제주삼다수 페트병이 제작되는 순서. PET칩을 프리폼으로 만든 후 가열해 삼다수 제품 사이즈에 맞게 늘린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무라벨 제품과 재생페트, 바이오페트 등 친환경 제품 생산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제주개발공사는 내년 시행 예정인 먹는샘물 무라벨 의무화 정책에 맞춰 제주삼다수 무라벨 제품 비중을 현재 65%에서 100%로 전환할 예정이다.

백경훈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2040년 제주도의 플라스틱 제로 정책에 발맞춰 플라스틱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것”이라며 “2035년에는 기존 생산라인의 스마트화 및 L6를 포함한 신규 생산라인 도입 등 친환경 생산체계를 고도화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이를 통해 제주삼다수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생수 시장에서도 친환경 선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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