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한 법률구조재단 이사장 인터뷰
취임 1주년 맞아 첫 연차보고서 발간
투명성 높여 ‘신뢰 출발점’ 마련
하반기 중대재해·재판소원 특별분과 신설
미·일 선진국형 ‘민간 중심 허브’가 목표
“물고기 잡는 법 못지않게 지키는 법도 중요합니다. 취약계층 기부금도 불법사금융, 전세사기로 뺏겨버리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금융회사나 기업들이 민간 법률구조재단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
지난해 4월 취임 후, 취임 1주년을 갓 넘긴 이문한 법률구조재단 이사장(사법연수원 27기, 김앤장 변호사)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조직을 정비해 올해 5월 처음으로 연차보고서를 발간한 이 이사장은 “그동안 재단의 성과가 숫자로 공개된 적이 없었다”며 “기부자와 국민에게 재단이 어떤 일을 하는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신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중대재해, 재판소원 등으로 법률구조 활동범위를 확대하고, ‘민간 중심 법률구조’ 허브가 될 수 있도록 재단을 한층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올해 중대재해 재판소원 등으로 법률구조 활동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사후 법률구조에 그치지 않고 피해를 당하기 전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예방적 법률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전국 학교·복지관·지역사회를 직접 찾아가는 법률교육 및 상담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세사기·임대차 피해, 주거·계약·금융사기 예방 등 최근 급증하는 피해 유형을 중심으로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자립준비청년 등을 대상으로 법률교육 및 법률상담을 진행한다. 이 이사장은 “법을 모르면 피해를 당하고도 피해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재단이 현장에 직접 찾아가 법을 알려주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법률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사법지원센터 ‘법 테라스’는 사무국이 있지만, 실제 소송과 상담은 각 지역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에게 위촉배정하는 ‘허브+민간 네트워크’ 구조로 이뤄진다”며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한국에서도 민간 중심의 효율적인 법률구조가 활성화돼 공익 법률시장이 커지는 시발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재단은 각 지방변호사회와 연계해 전국 1500명의 변호사들이 수행 변호사로 참여하는 전국 단위 법률구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재단에서는 전세사기 피해 및 성·가정폭력 등 지원 대상도 폭넓다. 전세사기, 성·가정폭력 피해자는 물론, 언어 장벽으로 법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다문화가정과 북한이탈주민, 국내 체류 난민까지 아우른다. 또한 사회적 난제에 직면한 국민을 위해 총 1519건의 법률구조 신청을 접수해 1234건의 구조를 결정(구조율 81.20%)했다.
재단은 다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올해 하반기에 중대재해, 난민, 개인정보 등 전문분야 자문위원을 15명 위촉해 활동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재단은 유엔난민기구(UNHCR)와 업무협약을 맺고 국내 체류 난민에 대한 법률상담과 구조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법률구조 기관 가운데 난민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사례는 드물어, 재단의 차별화된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인 가사소송이나 오프라인 성폭력 피해 구제를 넘어, 최근에는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와 AI 기반의 개인정보 유출, 대형 재난과 중대재해 분과도 새롭게 정비했다. 대형 산불이나 수해 등 예기치 못한 재난이 닥치면 평범한 시민도 한순간에 사회적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태원 참사나 무안공항 참사처럼, 재난 발생 이후 책임 규명 등의 후속 과정에서 피해자나 유가족에게 명예훼손 등 제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특수성도 고려됐다.
하반기에는 재판소원팀도 특별분과로 구성한다. 그는 “저 자신이 헌법이 전공인 헌법 박사”라며 “큰 로펌을 쓰지 못하는 취약계층일수록 재판소원이 필요할 수 있기 떄문에, 취약계층이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전담팀을 구성해 밀착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도 단순히 지원금을 지급하는 수급형 재단 외에 법적인 구조를 해주는 재단에 대한 기부에도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자립준비청년들에게 국가가 자립 정착금을 지원해도, 사기나 불법사금융, 전세사기를 당하면 순식간에 다 빼앗긴다”며 “고기를 주는 것(직접 지원)이나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취업 알선)도 좋지만, 내가 가진 물고기를 지키는 법(법적 보호)을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사회공헌 자금의 일부를 권리구제 소송을 지원하는 재단에 지정 기부해 준다면, 상생 선순환 구조가 완성될 것”이라며 “금융당국과도 불법사금융 피해를 지원하는 법률구조 협약을 얘기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회사 ‘넥써쓰’가 자립준비청년들의 코인 사기 피해 예방 및 상담을 위해 1000만원의 용도지정 기부를 한 것이 기업후원의 대표적 사례다.
재단은 소송 경험이 필요한 5~10년 차 청년 변호사들에게 사건 배당도 늘릴 계획이다. 현재 10% 미만에 불과한 청년 변호사 배당 비율을 15% 이상으로 끌어올리면, 인공지능 영향으로 일감이 부족해졌다는 청년 변호사들이 공익 가치를 배우면서 안정적으로 법조계에 정착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 이사장은 “모든 변호사가 전업 공익 변호사가 될 필요는 없다”며 “대형 로펌에서 금융 전문 변호사로 일하더라도, 우리 재단 플랫폼에 등록해 일 년에 한두 건씩 포트폴리오의 5~10%를 공익활동에 할애하는 문화를 만들어, 법률구조재단을 대한민국 최고의 ‘공익활동 플랫폼’으로 만드는 것이 저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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