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공소시효 만료로 묻힐 뻔했던 9억 원대 해외 조선소 투자사기 사건이 검찰 보완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의자 소재불명으로 장기간 기소중지 상태였지만 검찰이 정기 점검 과정에서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고 관련 사건 7건을 병합 수사한 끝에 계획적 사기 혐의를 확인했다.
12일 매일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지방검찰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대성)는 지난달 2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66세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15년 10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피해자 10명에게 “말레이시아 조선소 설립 공사 경비를 빌려달라”는 취지로 거짓말해 모두 23차례에 걸쳐 합계 약 9억 5000만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현재 소재불명 상태로, 동종 전력이 1차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애초 A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기소중지된 상태였다. 제주지검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2026년 2분기 공소시효 완성이 예정된 기소중지 사건을 정기 검토하던 중 기록상 범죄 혐의가 상당하다고 볼 만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후 같은 피의자와 관련된 다른 기소중지 사건으로 검토 범위를 넓혔다. 제주지검 사건 2건과 울산지검 사건 4건의 기록을 추가로 살피는 과정에서 경찰 수사 단계에서 A씨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음에도, 소재불명을 이유로 수사가 중단된 사정도 확인했다.
검찰은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을 다시 청취한 뒤 A씨를 추가 조사하지 않더라도 객관적 자료를 통해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 3월 10일 혐의가 상당한 제주지검 사건 2건의 편취금 사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계좌추적 영장 1건을 직접 청구했고, 영장은 이튿날 발부됐다. 같은 달 12일에는 제주지검 기소중지 사건 2건을 재기하고, 울산지검에 계류 중이던 관련 기소중지 사건 4건의 재기와 이송을 요청했다.
검찰은 피해금 흐름을 확인하기 위한 추가 수사도 이어갔다. 검찰은 3월 18일 추가 계좌추적 영장 1건을 직접 청구해 19일 발부받았고 이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이미 지난 제주지검 사건 1건의 혐의와 편취금 사용처도 확인했다. 울산지검 사건 4건은 3월 24일 제주지검으로 이송됐다. 검찰은 4월 2일 다시 계좌추적 영장 1건을 청구해 4월 3일 발부받고 울산지검에서 넘겨받은 사건 4건의 피해금 사용처를 분석했다. 같은 날 제주지검 기소중지 사건 1건도 추가로 재기하면서 모두 7건의 기소중지 사건을 병합해 수사했다.
제주지검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피해자와 참고인 15명의 진술을 확인하고 계좌거래내역 15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A씨가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은 말레이시아 조선소 설립 공사 경비가 아니라 기존 채무 변제, 이른바 돌려막기, 개인 부동산 취득 등으로 사용된 정황이 파악됐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말레이시아 조선소 설립은 실체가 있는 사업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진행되지 못했을 뿐”이라며 피해자들을 속일 의도나 돈을 가로챌 고의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피해자와 참고인 진술, 계좌추적 결과 A씨가 추진했다는 사업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는 점, 피해금의 실제 사용처 등을 종합해 사기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다.
일부 범죄사실은 범행 시점으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법리 검토를 거쳐 다른 범죄사실과 상습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전체 범행을 포괄일죄로 의율해 A씨를 기소했다. 사건이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었다면 공소시효 문제로 사법처리가 어려울 수 있었지만, 검찰은 반복된 동일 수법의 범행으로 보고 사건을 병합해 처리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공소시효가 임박한 기소중지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의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보고 있다. 피의자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피해자·참고인 진술과 계좌추적 결과 등 객관 자료를 토대로 혐의 입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점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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