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한도가 최근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급전 조달 수단으로 쓰이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정이 강화됐다. 여러 은행이 일제히 대출 한도를 낮췄고, 실제 사용액이 적은 고객에게는 약정 갱신 때 한도를 줄이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 같은 변화로 나중에 큰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마이너스통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도를 축소하지 않은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평소 거래하지 않던 은행에서는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만큼 은행별 대출금리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 일제히 줄어든 마통 한도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최근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1억원으로 낮췄다. 이들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연소득과 관계없이 최대 1억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카카오뱅크, 토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축소했다. 농협은행은 마이너스통장에도 신용대출과 같은 1억원 한도를 적용했지만, 연소득의 절반까지만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은행들은 그동안 ‘연소득 이내’라는 규제 틀 안에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해 개인 신용대출을 취급해왔다.
마이너스통장 운영 방식도 바뀌었다. 하나은행은 약정 기간에 한도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객이 만기를 연장할 경우 한도를 축소한다. 신한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가 3000만원을 넘는 고객의 대출 규정을 강화했다. 약정 종료 전 3개월 동안 한도 소진율이 10%를 밑돌면 만기 연장 때 한도를 최대 20% 줄인다. 우리은행도 7월부터 마이너스통장을 연장하는 고객 가운데 한도가 5000만원 이상인 경우 비슷한 규정을 적용한다. 소진율이 10% 미만이면 한도를 최대 20% 축소할 계획이다.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는 통로도 줄었다. 케이뱅크는 7월 말까지 마이너스통장 개설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경남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출 비교 플랫폼을 통한 가계 신용대출 접수를 일시 중단했다.
은행들이 마이너스통장 문턱을 높인 것은 가계부채를 철저히 관리하라는 정부 요구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신용대출 급증세를 지적하며 고액 연봉자의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 억제 방안을 마련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증시 ‘빚투’ 열기로 지난 5월 금융권 신용대출 증가액은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은행 마이너스통장 대출 증가액만 2조6000억원이었다.
◇ ‘제2 마통’ 열어둘 은행은
은행들의 대출 방침 변화는 마이너스통장을 새로 만들려는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대조건을 받기 쉬운 주거래은행의 한도가 연소득보다 낮다면 은행권에서 예전만큼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기는 쉽지 않다. 이런 경우 한도를 줄이지 않은 다른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기업은행과 부산은행, 경남은행, iM뱅크, 전북은행, 광주은행 등은 신용대출 규정을 기존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들 은행과 평소 거래가 없다면 주거래은행보다 금리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의 금리 우대 혜택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일단 주거래은행에서 가능한 한도를 받은 뒤 다른 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추가로 개설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이너스통장 갱신 시기가 다가온 사람이라면 은행이 정한 소진율 기준을 맞추는 것이 한도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다만 만기 전까지 실제 사용할 계획이 없다면 향후 자금 조달 계획을 미리 은행에 설명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전세자금, 학자금 등 목돈이 필요한 고객이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하면 소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도 예외로 인정해준다.
당분간 돈을 빌릴 일이 없다면 마이너스통장 한도 유지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자금이 필요할 때 일반 신용대출을 받으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은행 신용대출은 통상 마이너스통장 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가량 낮다.
한 은행 개인여신 담당 임원은 “요즘은 대부분 은행이 개인 신용대출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며 “단기간 빌렸다가 갚을 계획이라면 일반 신용대출이 한도와 금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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