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총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민주주의와 법률가의 역할’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가깝게 지낸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에 대해 “그 사람은 절대로 (탄핵 인용을) 고민할 사람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이날 강연에 함께 참석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문무일 전 총장은 후임으로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반대한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2019년 문재인 정부 1기 검찰총장이었던 문 전 총장의 후임으로 임명됐다.
문 전 총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윤 지검장에게 ‘당신은 언젠가 총장을 할 사람인데, 지금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중앙지검장이 속된 말로 ‘칼’을 휘두르다가 곧바로 총장이 되는 건 부적절하다. 잠시 쉬며 검찰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말자’고 조언했다”고 밝혔다.이어 “어떤 정부든 첫 번째 검찰총장은 전 정권의 비리를 수사하는 ‘사정’ 역할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검찰 조직이 흔들리기도 하기 때문에 두 번째 총장은 조직을 추스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특수부 경력 일변도였기 때문에 조직을 정비하는 역할을 해본 적이 없었다”며 “당시 주변에도 ‘윤 전 대통령은 세 번째 총장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진되던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문 전 총장과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이 달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문 전 총장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분리를 반대했는데, 이에 대해 윤 지검장에게 입장을 물으니 ‘별로 관심 없다. 젊은 검사들은 그런 데 천착하지 않는다. 검찰총장님과 저는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엔 윤 전 대통령이 개혁적인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폭삭 속았수다’의 한 테마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끈 드라마 제목 ‘폭싹 속았수다(아주 고생했다)’와 ‘속았다’는 표현의 발음이 비슷한 데 착안해, 윤 전 대통령에게 속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문 전 총장은 ‘윤석열이라는 권력의 몰락이 검찰주의에서 비롯된 것인지, 특수부 중심 수사의 한계인지, 아니면 개인적 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통제하지 못한 데 있다”고 답했다. 그는 “강한 권력을 부여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강한 통제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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