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에 롤러코스터 탄 환율…딜러들 "전망도, 전략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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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원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장중 변동폭 37.2원
5개월 만에 1420원대로 내려왔지만 방향성 장담 못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속 수출 우려·위안 약세 가능성
외환 딜러 "시장 상황 따라가며 단타로 치고 빠져"

  • 등록 2025-04-14 오전 5:05:00

    수정 2025-04-14 오전 5:05:00

이달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변동성을 보이면서 취약한 펀더멘털을 드러냈다. 시장 참가자들도 급변하는 시황 대응에 급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 AFP)

[이데일리 장영은 이정윤 기자] 국내 외환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 수준’으로 여겨지는 1400원대에서 장기간 머물러 있는 점도 우려 요소지만, 유독 대내외 악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위 아래로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시중 은행 딜링룸은 물론 외환당국인 한국은행에서도 전망이나 전략 대신 상황 대응에 바쁘다.

‘셀 USA’에 환율 1420원대로 ‘뚝’…하향 안정화될까

1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12일) 야간장에서 원 ·달러 환율이 1420원까지 내려가면서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으나 최근의 큰 변동성과 악재에 더 크게 반응하는 원화가치를 고려할 때 낙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은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99.798로 장을 마쳤다. 달러인덱스가 종가 기준 1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2023년 7월 18일 이후 1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달러 가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과 미·중간 무역 갈등 격화로 이달 들어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 1월 13일 110.168로 52주 최고를 찍었던 달러인덱스는 2월 기점으로 유로화·엔화 가치 상승,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을 반영하면서 하향세를 보이더니 이달 들어서만 4.2% 떨어졌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내다 팔면서 달러 매도세가 이어졌다.

다만, 그동안 달러인덱스 하락 국면에서도 국내 정치 불확실성과 관세 리스크 등을 반영하며 환율을 오름세를 지속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지난 4일만 해도 1430.2원까지 내려갔던 환율은 관세 중국이 보복조치를 발표하자 야간장에서 1462.50원까지 치솟았다.

지난주에도 미국과 중국이 상호 보복관세 인상으로 무역전쟁을 본격화하자 9일에는 환율이 1487.60원까지 오르며 1500원선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다, 마지막 거래일에 돌연 1420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주말 원화가치 급등이 달러인덱스 하락보다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과 위안화 강세에 더 영향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달러인덳 추이. (자료= 엠피닥터)

변동성 확대에 안심할 수 없다…딜러들 “단타로 시장에 대응”

고환율 장기화에 수입물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감이 있었던 만큼 환율 하향 안정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최근 큰 변동폭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대외 변수에 취약하고 악재에 더 민감한 우리 외환시장의 특성상 장담하긴 힘들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달러인덱스 하락에도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수출 우려와 위안화 약세 등으로 원화 값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자산 약세, 유로 강세 등을 고려했을 때 달러인덱스는 더 내려갈 것으로 본다. 90 초반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면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인덱스와 전혀 무관하다. 지난해 계엄 이후론 국내 정치상황을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위안화 정책 방향에 훨씬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이 19%, 대중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기 때문에 미국의 대중 관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경우 원화-위안화의 동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달러 스마일 이론’에 따라 미 달러화가 다시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통화 전문가 스티븐 젠은 달러 가치는 미 경제 호황기에도 올라가지만, 세계 경제 위기 시에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 가치가 상승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오히려 안전자산 선호에 따라 달러 가치 재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극한의 변동성 속에 전망도 다소 엇갈리면서 외환 시장 참가자들은 시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요즘 같은 장에서는 전망도 전략도 소용이 없다. 시장 상황을 빠르게 따라가면서 단타(단기매매)로 치고 빠진다”고 말했다. 또다른 외환시장 전문가도 “요즘엔 하루 동안에도 진폭이 크기 때문에 방향성이 보이면 빠르게 그 포지션을 잡고 들어가서 그 흐름이 끊기기 전에 재빨리 나오는 식으로 트레이딩을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 변동성을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은 역시 최근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 관계자는 “변동성이 너무 커서 어느 시점에서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전보다 레인지(범위)를 넓게 두고 시장 상황에 대응하는 수준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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