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여기는 잊고 훨훨 날아가기를.”
17일 오후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을 찾은 유가족이 말했다. 이날 유가족과 목포대 조경학과 학생, 교수 10명, 서영대·동강대 학생 8명 등 22명이 참사 현장인 활주로를 찾아 인근 철제 울타리에 분홍색 추모 리본 1229개를 묶는 행사를 가졌다. 1229개는 사고가 일어난 지난해 12월 29일을 뜻한다.
이번 행사는 참사 현장 자원봉사자들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목포대 조경학과 2학년 김승우 씨(24)는 “분홍색은 가족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함께 리본을 묶으니 유가족들의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영대 뷰티미용학과 2학년 윤희정 씨(51)는 “얼마 전 다른 사고로 동생을 잃었다. 12·29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동병상련의 아름으로 리본을 묶었다”고 말했다. 만학도인 윤 씨는 초등학교 5학년 딸과 함께 리본 묶기에 참여해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유가족 참가자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리본을 묶으니 숨진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미안함이 줄어들었고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18일 오전 11시에는 무안국제공항 청사 2층에서 정부 합동추모식이 열릴 예정이다. 진도 씻김 굿, 묵념과 헌화, 추모영상 상영 등이 80분 동안 진행된다. 이후 유가족 등은 버스 20여 대를 타고 사고 현장을 방문해 애도의 시간을 갖는다.
정부는 20일부터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 지원을 전담하는 범정부 지원조직을 가동하기로 했다. 참사 현장 조사는 이달 중 마무리하고 유가족에게 단계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무안=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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