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면 KTX 열차 위로 추락"…도심 공사판 공포 커진다

3 days ago 12

< 구조물 잔해 그대로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광역사고조사센터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임형택 기자

< 구조물 잔해 그대로 >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광역사고조사센터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임형택 기자

서울 용산 삼각지역사거리에서 효창공원앞역 방면으로 이어지는 고가차도는 심야시간을 이용해 노후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고가에는 보행로와 도로, 아래엔 철로가 있는 상황에서 두 개 차로 중 한 개 차로를 막고 구조물 절단 작업이 진행된다. 27일 인근 주민 김명서 씨는 “지난해부터 공사를 하고 있는데 서소문 사고를 보니 괜히 긴장된다”며 “이곳은 무너지면 보행자나 자동차가 KTX 열차 위로 떨어질 수 있는 곳 아니냐”고 말했다.

◇ 서울 곳곳에서 공사 ‘동시다발’

서울 도심 일대에 건설·철거·정비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진행 중인 공공 발주 공사는 이날 기준 5341건에 달한다. 시내 공사(5월 기준)는 2024년 935건에서 지난해 398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무너지면 KTX 열차 위로 추락"…도심 공사판 공포 커진다

서울지역 공사는 노후 기반시설과 건축물의 교체·철거·보수 작업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차량과 대중교통, 보행자 통행이 계속되는 도심에서 공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 명의 사망자를 낸 서소문 고가도로 사고 역시 철로가 지나가는 구간 특성상 작업 시간 설정과 안전시설 설치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간에는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선로 위 철거구간을 오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하루 3시간씩 쪼개 작업하느라 붕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을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해 서울시는 “애초 시는 24시간 연속 철거 작업을 요청했지만 철도공단 협의 과정에서 두 달여간 하루 3시간 심야 작업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철도공단은 “서울시가 먼저 열차 운행이 없는 심야 시간에 작업하겠다는 계획을 공문으로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 연이틀 사망자 발생

매몰 우려가 있는 대형 굴착 공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안전누리에 따르면 지하철·도로 지하화 등에 따른 서울지역 대형 굴착 공사장은 13곳에 달한다.

지난해 경기 광명에서 한 차례 붕괴 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 공사는 서울 석수역 인근부터 여의도역까지 총연장 13.8㎞ 구간에서 최대 깊이 82m 규모의 대형 지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도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한 아파트 인근 하수관로 정비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졌다. 작업 중이던 인부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대피했지만, 60대 남성 작업자 한 명은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사망했다.

◇ 철거 현장에서 해마다 250건 사고

국내 해체·철거 현장에서는 최근 4년간 1000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토목, 건축 및 기계·전기·통신·산업설비 해체·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049건에 달한다. 해마다 250건 안팎의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56건의 사고 중 4건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성일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해체공사 관련 사망률은 전체 건설현장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체공사 관련 사고 건수 중 사망자 발생 비율은 연 7~8%에 달한다. 조춘환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붕괴 위험 요소와 관련 보완 방안을 작업계획서에 반드시 포함하고 해체 절차와 순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총/구은서/김영리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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