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삼각지역사거리에서 효창공원앞역 방면으로 이어지는 고가차도는 심야시간을 이용해 노후 보수공사를 하고 있다. 고가에는 보행로와 도로, 아래엔 철로가 있는 상황에서 두 개 차로 중 한 개 차로를 막고 구조물 절단 작업이 진행된다. 27일 인근 주민 김명서 씨는 “지난해부터 공사를 하고 있는데 서소문 사고를 보니 괜히 긴장된다”며 “이곳은 무너지면 보행자나 자동차가 KTX 열차 위로 떨어질 수 있는 곳 아니냐”고 말했다.
◇ 서울 곳곳에서 공사 ‘동시다발’
서울 도심 일대에 건설·철거·정비 공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서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와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건설정보관리시스템 건설알림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진행 중인 공공 발주 공사는 이날 기준 5341건에 달한다. 시내 공사(5월 기준)는 2024년 935건에서 지난해 398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큰 폭의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서울지역 공사는 노후 기반시설과 건축물의 교체·철거·보수 작업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차량과 대중교통, 보행자 통행이 계속되는 도심에서 공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 명의 사망자를 낸 서소문 고가도로 사고 역시 철로가 지나가는 구간 특성상 작업 시간 설정과 안전시설 설치에 제약이 있었다.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 간에는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선로 위 철거구간을 오전 1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 하루 3시간씩 쪼개 작업하느라 붕괴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이 같은 작업 방식을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해 서울시는 “애초 시는 24시간 연속 철거 작업을 요청했지만 철도공단 협의 과정에서 두 달여간 하루 3시간 심야 작업으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가철도공단은 “서울시가 먼저 열차 운행이 없는 심야 시간에 작업하겠다는 계획을 공문으로 제안했다”고 반박했다.
◇ 연이틀 사망자 발생
매몰 우려가 있는 대형 굴착 공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서울안전누리에 따르면 지하철·도로 지하화 등에 따른 서울지역 대형 굴착 공사장은 13곳에 달한다.
지난해 경기 광명에서 한 차례 붕괴 사고가 발생한 신안산선 공사는 서울 석수역 인근부터 여의도역까지 총연장 13.8㎞ 구간에서 최대 깊이 82m 규모의 대형 지하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도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한 아파트 인근 하수관로 정비공사 현장에서 토사가 무너졌다. 작업 중이던 인부 세 명 가운데 두 명은 대피했지만, 60대 남성 작업자 한 명은 매몰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사망했다.
◇ 철거 현장에서 해마다 250건 사고
국내 해체·철거 현장에서는 최근 4년간 1000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 토목, 건축 및 기계·전기·통신·산업설비 해체·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는 1049건에 달한다. 해마다 250건 안팎의 사고가 일어난 셈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56건의 사고 중 4건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성일 한국교통대 안전공학과 교수 등이 고용노동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해체공사 관련 사망률은 전체 건설현장 평균의 두 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체공사 관련 사고 건수 중 사망자 발생 비율은 연 7~8%에 달한다. 조춘환 서울디지털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붕괴 위험 요소와 관련 보완 방안을 작업계획서에 반드시 포함하고 해체 절차와 순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영총/구은서/김영리 기자 young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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