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 두려다 악수?…영화 '승부' 향한 곱지 않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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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 두려다 악수?…영화 '승부' 향한 곱지 않은 시선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간 맞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20년 촬영을 시작해 개봉까지 무려 5년이 걸린 ‘창고 영화’의 반란이다. 하지만 영화판 와신상담의 미담으로 내세우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마약 파문을 일으킨 배우 유아인(사진)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이 논란이 흥행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1일 영화계에 따르면 ‘승부’는 개봉 당일 관객 9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후 전날까지 6일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은 전날 기준으로 76만9246명. 손익분기점(약 180만 명)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미키 17’의 흥행 둔화세가 뚜렷한 데다 별다른 경쟁작도 없는 만큼 당분간 순항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몰아치는 싸움 바둑으로 ‘전신(戰神)’이라 불린 조훈현과 이와 반대되는 과묵한 기풍의 바둑으로 ‘돌부처(石佛)’라 불린 이창호의 청출어람 서사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다.

묘수 두려다 악수?…영화 '승부' 향한 곱지 않은 시선

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영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밀리며 수많은 창고 영화 중 하나로 전락했고, 이후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가져갔지만 공개되지 못했다.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다. 한때 범죄를 저지르거나 논란이 된 연예인의 복귀 통로라는 지적을 받은 넷플릭스마저 리스크 감당이 버거웠는지 “오랜 논의 끝에 국내 극장 개봉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스트리밍을 포기했다.

승부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배급으로 극장에 걸렸다. 광고대행사로 시작해 2022년 투자배급 사업에 진출한 바이포엠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배급에 나서고 있다. 자체 기획에 앞서 잠재력 높은 창고 영화를 먼저 손질해 선보이는 노선을 잡았는데, 이 과정에서 승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런 바이포엠의 전략에서 승부와 함께 거론되는 작품이 지난해 말 개봉한 ‘소방관’이다. 음주운전 논란을 일으킨 배우 곽도원이 주연으로 참여한 영화로, 손익분기점(약 250만 명)을 크게 웃도는 38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최고 흥행작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SNS를 통한 입소문 등 바이럴 마케팅에 강한 노하우를 경쟁력 삼아 소방관 기부 챌린지 등으로 곽도원의 존재감을 지운 게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바이럴 측면에서 승부의 홍보·마케팅은 소방관보다 공격적이다. 공식석상, 포스터 등에서 유아인의 이름은 지워졌지만 오히려 유아인이 떠오르는 때가 있어서다. 유아인 2심 판결 선고 직전 개봉일을 확정해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서 “오히려 논란을 흥행에 역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화계 안팎에서 바이포엠과 승부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영화산업 불황 장기화로 제작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꾸준히 큰 규모의 투자를 지속하는 점은 반갑지만, 마약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원칙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반대로 섣부르게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바이포엠이 상업 영화뿐 아니라 독립·예술영화에도 투자해 성과를 내는 등 다양성이 있다”면서도 “리스크를 덮거나 특정 타깃을 겨냥해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마케팅 방식이 영화시장에 도움이 될지는 좀 더 고민해볼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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