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인 생산적 금융 기준
과일판매·식물재배업종 등
금융사별로 포함여부 달라
대상업종 최대 4배나 차이
"정부가 구체적 잣대 제시를"
"목재를 가공하는 기업에 대한 대출은 생산적 금융이 아닌가요?"
"대기업 대출이나 벤처기업 대출이나 모두 동일한 생산적 금융으로 평가받나요?"
금융당국이 연일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적 금융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금융 현장에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금융사들이 생산적 금융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생산적 금융의 세부 기준을 놓고 제각각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일관된 기준이 없을 경우 생산적 금융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비교나 평가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는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올해 생산적 금융에 16조~18조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 한 해 KB금융은 16조6000억원, 신한금융은 17조원, 하나금융은 17조8000억원, 우리금융은 16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공급할 방침이다.
생산적 금융은 부동산에 쏠린 시중 자금을 기업과 벤처로 흐르도록 만들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큰 틀에서라도 생산적 금융의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전무하단 것이다. 이에 어떤 산업에 대한 투융자를 생산적 금융으로 볼 것이냐에 대해 금융사마다 판단이 모두 다른 상황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체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은 약 1205개 업종으로 나뉜다. 신한금융은 이 중 291개 업종에 내주는 대출이나 투자만을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잡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화학, 제약, 기계 등 첨단전략산업 위주로 집계한다. 도소매업, 유통업, 임대·개발업에도 자금을 공급하지만, 이와 관련된 대출이나 투자는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보진 않는다.
반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전체 1205개 업종 가운데 각각 512개, 471개 업종에 내주는 투융자를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삼고 있다. 우리금융은 애초 343개 업종을 실적 기준으로 논의했다가 올해 들어 128개 업종을 추가하기도 했다.
더욱이 하나금융은 한국표준산업분류상 1097개 업종에 나가는 자금을 생산적 금융으로 분류하고 있다. 임대·개발업 등 부동산업 관련 투융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종에 대한 지원을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보는 셈이다.
올 1분기 기준 하나금융의 생산적 금융 실적 규모가 가장 큰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다만 하나금융은 일선 영업점 경영평가를 할 땐 반도체 등 242개 첨단산업 핵심 업종에 공급하는 자금을 위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생산적 금융에 대한 잣대가 각각 다르다 보니 목재를 생산하는 육림업이나 식용 작물을 키우는 재배업, 과일이나 농산물을 판매하는 도매업 등은 금융사에 따라 생산적 금융 여부가 달라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명확한 생산적 금융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금융지주들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어떻게든 실적 채우기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라고했다. 게다가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대환대출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대환대출은 생산적 금융으로 새롭게 자본이 공급되는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생산적 금융에 대한 일관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생산적 금융에 해당되는 업종을 금융당국이 명확하게 특정할 경우 해당 분야로만 금융이 쏠릴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생산적 금융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실제 올해 1분기 중소기업보단 대기업 대출 증가폭이 크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 1분기 대기업 대출잔액은 180조9195억원으로 전년(164조4013억원) 대비 약 10% 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기업 대출 위주로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있는 셈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같은 생산적 금융이라도 중소기업에 내주는 대출은 더욱 우대해줄 필요가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은행이 중소·중견기업에 자체적으로 내주는 자금과 정책금융기관의 보증을 끼고 내주는 자금을 똑같은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보기 어렵지 않냐는 의문도 나온다.
[이희수 기자 / 박인혜 기자]

![[미리보는 이데일리 신문]성과급은 임금 아냐…삼전 파업은 불법](https://image.edaily.co.kr/images/content/defaultimg.jpg)







!["아아 팔아 갖고는"…치킨·볶음밥까지 내놓은 커피전문점 '속사정' [트렌드+]](https://img.hankyung.com/photo/202604/01.43949627.1.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