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위 '8647' 숫자 정체가…'대통령 살해 협박' 기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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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86 47’ 형태로 배열된 조개껍데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사진=WSJ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던 ‘86 47’ 형태로 배열된 조개껍데기 사진. 현재는 삭제됐다./사진=WSJ

미국 법무부가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위협 혐의로 기소했다. 코미 전 국장이 지난해 5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조개껍데기 사진이 대통령 살해를 암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문제가 된 사진 속 조개껍데기들은 ‘86 47’ 형태로 배열돼 있다. 코미 전 국장은 “해변 산책 중 발견한 멋진 조개 배열”이라고 설명했지만, 트럼프 측은 ‘86’이 “제거하다”라는 은어이고 ‘47’은 47대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을 뜻한다며 암살을 부추긴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상황을 아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의사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86’은 미국 영어 속어로, 원래 음식·음료 업계에서 쓰이던 표현이다. 특정 메뉴가 품절됐거나 더 이상 제공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용됐고, 특정 손님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내보낸다는 의미로도 쓰였다. 정확한 어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1920~1930년대에 생겨난 표현으로 추정된다.

코미 전 국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나는 여전히 무죄이며 두렵지 않다”며 “독립적인 사법제도를 믿는다”고 말했다. 또 해당 게시물이 위협으로 읽힐 줄 몰랐고 폭력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사진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소는 트럼프 행정부가 코미 전 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두 번째 형사 사건이다. 앞서 그는 의회 위증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코미 전 국장은 2017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연루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중 해임된 인물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 비판자로 꼽혀왔다.

이번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둘러싼 우려가 커진 가운데 나왔다. 최근 무장 남성이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으로 돌진한 사건이 발생하는 등 당국은 최근 2년간 세 차례 암살 시도가 있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피고인의 이름 때문에 주목받고 있을 뿐, 정치인 위협 사건은 예외 없이 수사하고 기소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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