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명품과 한정판 피규어 등 고가 상품 판매에 나섰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 11일 한정판 운동화 중고 거래 플랫폼 ‘스탁엑스’와 협력해 중국 팝마트의 인기 피규어 시리즈 ‘라부부’ 등 50여 종을 자사 온라인 쇼핑몰에 등록했다. 일부 제품 가격은 배송비를 포함해 200달러가 넘는다. 월마트는 지난해부터 스탁엑스와 손잡고 나이키 에어 조던 등 수요가 많은 운동화도 입점시켰다.
올해 초에는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 ‘리백’과도 제휴했다. 이를 통해 루이비통,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 가방과 시계, 주얼리 등 약 2만7000개의 제품을 월마트 몰에서 판매한다. 판매 품목에는 수천만원대인 에르메스 버킨백까지 포함됐다. 지난해부터 장난감, 음반, 트레이딩 카드, 스포츠 기념품 등 수집품 전문관도 신설했다. MZ세대가 ‘수집형 취향 상품’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점을 노렸다.
월마트의 이런 행보는 단순히 상품 구색을 넓히려는 것이 아니다. 월마트 쇼핑 앱 이용자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고가·한정판 상품을 들여놔 방문객을 늘리고 광고 매출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월마트가 명품, 리셀 상품을 확대하는 것은 고소득층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행보”라며 “최근 몇 년간 연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의 월마트 이용 매출 증가세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월마트는 원래도 중고 명품을 판매했지만, 이번 리백 제휴로 상품 구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모든 것을 파는 곳’이란 이미지가 강화될 것으로 월마트는 기대하고 있다.
미국 1위 e커머스 아마존도 비슷한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6월 리백과 제휴했다. 아마존은 2020년 일찌감치 명품 전용관을 열었지만, 짝퉁 유통과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 탓에 주요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는 실패했다.
전문가들은 월마트와 아마존의 명품 판매 전략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명품의 가치는 희소성에서 나오는데, 월마트는 이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