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서 공무직 응시자의 전화번호를 보관했다가 사적인 전화를 건 면접위원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소방서는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해당해, 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같이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한 소방서의 공무직 채용 면접위원이던 A씨는 면접 과정에서 제공받은 응시자 B씨의 개인정보(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어 사적인 발언을 했다.
1심과 2심은 양벌규정을 적용해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개인의 대리인과 사용인 등이 법인·개인 업무에 관해 위반행위를 할 경우 행위자 외에 법인·개인에게도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규정(양벌규정)돼 있다. 원심은 A씨가 소방서의 사용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벌규정을 적용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관련법에서 양벌규정에 의해 처벌되는 개인정보처리자로 ‘법인 또는 개인’만 규정했을 뿐,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에 대해선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법인격 없는 공공기관 뿐 아니라 행위자도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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