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급락 전문가 진단
美 메타 클라우드 진출은
구형칩 수익화 전략일뿐
삼전닉스 2분기 실적발표
ADR 상장이 반등 분수령
국내 증시의 급등세를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가 2일 추풍낙엽처럼 일제히 무너져 내렸다. 전날 미국 메타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AI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사이클이 정점을 통과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피크아웃(Peak-out)'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크아웃 우려는 '기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메모리 업황의 구조적 성장세가 여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메타발 반도체주 매도는 '차익실현'을 위한 빌미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국내 투자자들의 반도체주에 대한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 보니 주가 등락폭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작은 뉴스에도 시장 예민
이날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무리 실적이 좋다 해도 현 상황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고 수급 쏠림까지 일어나다 보니 증시가 작은 뉴스에도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증시 전체가 난기류에 진입해 흔들림이 있겠지만 반도체 기업들이 최종 목적지까지 갈 것으로 생각되고 향후 수익률도 다른 섹터보다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글로벌 반도체주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메타의 새로운 사업 전략이다. 메타는 자체 AI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에서 남는 컴퓨팅 자원을 외부 기업에 제공하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이번 소식이 AI 피크아웃론에 힘을 실어줬다고 보고 반도체주 투매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도체 수요 약화'라기보다는 '메타의 신사업 및 수익화 전략'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공감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1본부장은 "메타 등의 투자 감소 우려는 과거부터 계속 있었고 속도 조절은 가능하지만, '투자 중단'은 극단적인 비관론"이라며 "향후 AI 사업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생존 게임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AI 반도체 수요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부장도 "최신 GPU는 프런티어 모델 학습에 집중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구형 자산을 임대로 수익화해 투자금 회수 속도를 높이려는 자산 재배치 성격이 짙다"며 "메모리 주가가 단기 급등한 상황에서 누적된 차익실현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된 측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 외국인, 삼전닉스 10일 연속 순매도
이날 증시 급락을 주도한 주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조3706억원어치를 순매도했고 기관도 2조716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반면 개인은 6조254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10거래일 연속 외국인 순매도가 집중됐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9.05% 하락하며 30만원 선을 내줬고 SK하이닉스는 이날 14.57% 급락해 220만원대까지 밀린 채 마감했다. 이날 SK하이닉스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11월 20일 14.91% 이후 17여 년 만의 최대폭이다.
황 부장은 "외국인의 반도체 순매도는 글로벌 연·기금과 펀드의 차익실현 및 리밸런싱의 영향도 있지만 글로벌 헤지펀드가 지난주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롱(매수)하고 빅테크를 숏(매도)하는 포지션 전략을 청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마이크론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률이 워낙 높다보니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는데, 애플은 바로 제품 가격 인상에 들어서면서 '칩플레이션'이 결국 수요를 낮춰 메모리 가격 상단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며 "한국 반도체들도 투자 부담이 있는 상황이어서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 中메모리 급부상은 위험요인
전문가들은 다음주 반도체 '슈퍼위크'가 주가 반등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는 7일 삼성전자가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는 데 이어 10일(현지시간)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이 예정돼 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ADR 상장은 미국 투자자들이 달러로 직접 투자할 수 있게 되면서 글로벌 자금 유입이 확대돼 향후 미국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요 지수 편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 센터장은 "올해 1분기 57조원 영업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2분기에 81조원이 기대되고 영업이익률은 성과급 충당금 반영으로 70%대 초반이 예상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숨 고르기를 하는 국면이 될 수 있지만 2027~2028년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지면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고려해야 할 리스크 요인으로는 중국산 반도체 등 공급 경쟁을 꼽았다. 김 본부장은 "창신메모리(CXMT) 기업공개(IPO) 이후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의 단가 인하 압력 및 중국 반도체 생태계의 자립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할 경우 경쟁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 문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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