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가 글로벌 리더 '격' 결정합니다"

21 hours ago 3

뉴스 요약쏙

AI 요약은 OpenAI의 최신 기술을 활용해 핵심 내용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합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면 기사 본문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일곤 대원문화재단 이사장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함께 재단을 통해 한국 클래식 스타들을 지원하며 음악계 발전에 기여해왔다.

그는 경영자들에게 문화예술 소양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CEO 청중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주도했으며, 많은 젊은 음악가에게 도움이 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대원문화재단은 오는 29일 신년음악회를 개최하며, 이 자리에서 김 이사장은 한국 클래식 공연 문화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회원용

핵심 요약쏙은 회원용 콘텐츠입니다.

매일경제 최신 뉴스를 요약해서 빠르게 읽을 수 있습니다.

김일곤 대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집무실 벽을 가득 채운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사진 앞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김일곤 대원문화재단 이사장이 집무실 벽을 가득 채운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 사진 앞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성공한 사업가이건만, 김일곤 대원문화재단 이사장(82)은 숫자보다 '선율'을 떠올릴 때 생기가 돈다. 2004년 대원문화재단을 설립한 이래 조성진, 임윤찬, 손열음, 김선욱 등 세계적 클래식 스타를 지원한 한국 메세나의 거목이다. 그저 음악계를 후원할 뿐 대외적인 말은 삼가던 그가 19년 만의 언론 인터뷰로 매일경제와 만났다. 김 이사장은 "지금의 'K클래식'이 있기까지 그 초석을 감히 내가 놨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과장도, 으스댐도 없는 담담한 어투였다.

김 이사장은 모태 클래식 애호가다. 오르간·피아노를 연주하던 어머니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국민학교 3학년 시절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 자리)에서 베토벤 교향곡 '운명'의 실제 연주를 처음 접했을 때 "일사불란하게 바이올린 현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니 어린 나이에도 전율을 느꼈달까, 확 빠져들었다"는 회고에 여전히 흥분이 실린다. "성인이 되고 직접 표를 살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부터는 유일한 취미가 음악회 가는 거였지. 연애도 늦게 했어요. 음악과 연애를 했으니. 클래식 음악은 평생의 사랑이자 내 일부입니다."

이후엔 대원주택·대원도시개발을 창립해 경남 창원, 경기 안산, 서울 문정동 등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자수성가했다. 현재 대원홀딩스는 주거용 부동산 임대, 개발, 자산관리업도 한다. 그는 사업을 키운 과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큰 대형 프로젝트를 몇 개 했고 그 나름대로 특화된 사업을 했으니 일반적인 건 아니었다"고만 했다.

여유가 생기면서는 본격적으로 음악가 양성에 힘을 보탰다. 재단 설립 전에도 서울대 음대 관현악 연습실 리모델링,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청각 교육실 등에 사재를 쾌척했다. 2005년에는 당시 무명이던 17세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발굴해 장학금 3000만원 등을 지원했는데 이듬해 한국인 최초의 리즈 콩쿠르 우승으로 이어졌다.

"내가 발굴한 영재가 '대형 사고'를 치면 굉장한 희열을 느끼죠. 문화재단은 기업이나 개인의 홍보 수단과는 아무 관계 없어요. 난 그저 클래식 음악을 너무 좋아했고 한국 클래식 음악계가 글로벌 수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사진설명

김 이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청중'을 육성하는 데도 공력을 쏟았다. 골프 라운드 중 김선욱의 리즈 콩쿠르 우승 소식을 듣고 함께 있던 기업가들에게 기쁨을 나눴는데, 정작 누구도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공감하지 못하더라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경영자가 글로벌 무대에 나가려면 문화예술 소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당시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뮤직 & 컬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던 서울 태평로 로댕 갤러리(2016년 폐관)에 흡음재를 설치하고 어떤 연주자를 초빙할지,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등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해 '김 교장선생님'이라고도 불렸다.

그는 이때의 수업을 돌이켜 "CEO 900명을 클래식 전사로 양성했다"고 표현한다. 소위 '남는 게 없는 장사'였지만 "우리 연주자가 세계 무대에서 높은 개런티를 받으려면 자국에서부터 표를 사주고 후원도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는 마음으로 운영한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된 조성진이 17년 동안 민남규 케이디켐 회장에게서 꾸준히 후원받은 것도 이 프로그램을 통한 결연이 계기였다.

여든이 넘은 지금도 김 이사장에게 최고의 음악은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이다. 인공지능(AI)으로 컴퓨터와 로봇이 완벽한 연주를 흉내 내는 시대, 김 이사장은 "LP와 CD도 많이 갖고 있지만 무조건 라이브가 더 좋다"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에게도 '미스 터치'가 있습니다. 음정이 불안할 때도 있어요. 나는 그런 실수가 있는 실제 연주를 선호해요. 그런 음악에 자기의 세계와 영혼이 담겨 있거든요. 그건 기계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어요."

특히 한 작곡가, 한 곡만 꼽으라는 요청은 불가능에 가깝다. "잠잘 때 빼고는 항상 음악을 듣는다"는 그는 베토벤, 말러, 차이콥스키, 브람스 등 수많은 작곡가 이름을 한 바퀴 돌고 나서야 "나이가 드니 슈베르트, 그중에서도 느리고 잔잔한 음악이 좋다"고 했다. 특히 '슈베르트 현악 5중주 2악장'을 추천했다.

"봄 아지랑이가 피는 3월 말, 4월 초에 골프 라운드를 하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스프링' 2악장이나 전원 교향곡을 들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고도 귀띔했다. 집무실 한쪽을 라운드 기념 사진으로 가득 채웠을 정도로 젊은 시절 골프광이었지만 "나이가 드니 5시간 걷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그나마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러 운동을 나간다"고 했다.

인생곡으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번의 마지막 악장을 꼽았다. 이유를 말로 표현하긴 어렵다. 청년 시절이던 1965년, 객석에 앉아 들은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내한 연주가 지금도 생생히 뇌리에 꽂혀 있다. 베토벤이 실제로 인생의 마지막에 작곡해 완숙함이 느껴지는 곡이기도 하다. "수백, 수천 번은 들은 노래죠. 그냥 이 노래가 귓가에 맴돌면서 의식이 끊어졌으면 좋겠어요."

한편 대원문화재단은 이달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026 신년음악회를 개최한다. 재단은 설립 이래 음악 영재 장학금 지급, 기업 후원 결연, 대원음악상 시상(대상 상금 1억원) 등 지원 사업을 펼쳐 2014년 제15회 메세나대상 대상(대통령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또 2018년부터는 예술 후원층과 청중 기반을 넓히기 위해 신년음악회를 매년 열고 있다. 올해는 30대 젊은 지휘자 윤한결과 18세 바이올리니스트 김서현, KBS교향악단이 차이콥스키 4번 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한다.

4번 교향곡은 작곡가가 자신의 오랜 후원자였던 폰 메크 부인에게 헌정했던 곡으로 의미가 남다르다. 신년음악회는 전석 초대로 열리는 사회공헌 공연이다. 좌석을 가득 채울 '예술 후원자'들을 향해 '올해도 국내의 크고 작은 클래식 공연장 곳곳을 가득 채워달라'는 김 이사장의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는 "'양질의 청중'이 뭐 별거냐"며 "돈 주고 표 사서 공연장에 가는 사람들, 그들이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주원 기자]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좋아요 0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