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반도체 호황을 계기로 지방정부 간 재정 격차가 더 확대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국세를 지방세로 더 넘겨 지방 재정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지방 재정을 늘리면서 세금뿐만 아니라 중앙정부가 맡아온 권한과 사무도 함께 넘겨야 하기 때문인데, 지방 간 재정불균형 완화라는 새로운 과제까지 제시된 만큼 정책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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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1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올해 1월 행정안전부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교육부 등 정부위원과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하지만 지난 4월 이후 관련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TF 첫 회의를 주재하며 올해 상반기까지 재정분권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데드라인이 코앞에 다가온 현재까지 추가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 재정분권은 중앙정부 의존도가 높은 지방 재정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정책으로, 용도가 정해진 국고보조금과 달리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원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함게 정책 결정 권한과 재정 책임도 지역으로 이전, 지방자치권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핵심 목표는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현행 8대 2 수준에서 7대 3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현실은 목표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7.5(336조 5000억원)대 2.5(111조 7000억원)이었으나 2025년에는 국세 382조 4000억원, 지방세 115조 1000억원으로 비율이 7.7대 2.3으로 벌어졌다. 중앙정부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일반정부(정앙정부+지방정부)의 최종 소비지출 가운데 지방정부가 집행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세입은 중앙에 집중돼 있는데 세출은 지방이 더 많이 부담하는 구조적 불균형이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나라살림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지방세 비율 30%’라는 국정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4년 기준 국세 중 21조원을 지방세로 전환하거나 30조원 규모의 신규 지방세 세원을 발굴해야 한다.
이 때문에 TF 내부에서도 ‘7대 3’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지방에 넘겨주는 재정 규모가 커질수록 중앙정부의 재정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중앙정부의 최종 소비지출 비중은 40%에 못 미치지만, 국가채무는 이미 1200조원을 넘어섰다. 반면 지방정부의 채무는 30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세수를 대거 지방으로 이양하면 중앙정부가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행안부는 산업·고용·국토 등 주요 국가 사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으로 과감하게 넘겨, ‘돈만 이양하고 일은 중앙이 맡는’ 모순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TF는 세원 이양에 함께 넘길 과제를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TF의 한 민간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어느 쪽도 부채가 늘지 않는 ‘재정중립’ 기조 하에 재정분권안을 설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이는 세수만큼의 사무 이양이 전제돼야 가능한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국세를 지방세로 더 넘기려면 정부의 예산안에도 조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논의가 공전하면서 국세와 지방세 비중 조정은 내년도 예산안 편성 과정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의 실정에 맞는 재정 분권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 다른 민간위원은 “지금도 교육교부금과 국고보조금 등을 합하면 중앙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몫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라며 “국세와 지방세를 기계적으로 7대 3에 맞춰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세·지방세 비중을 6대 4에서 8대 2로 바꾼 호주, 5대 5에서 9대 1로 조정한 벨기에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며 “애당초 6개월 동안 논의해서 결론내는 건 무리였던 만큼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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