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미쳤다" "트럼프 탄핵 YES"…파탄난 브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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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굉장한 관계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5일(현지시간) 낮 12시 무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을 나온 머스크 CEO가 트럼프 정부의 감세법에 대해 X에 잇달아 비판글을 올리자 공개적으로 둘의 관계가 나빠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해당 영상이 올라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을 “배은망덕하다”고 쏘아붙였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작년 대선에서 졌을 것이라고도 받아쳤다.

◇2.7억달러 쓴 머스크 “배은망덕”

"머스크 미쳤다" "트럼프 탄핵 YES"…파탄난 브로맨스

‘세계 최강 권력’ 트럼프 대통령과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 CEO의 ‘브로맨스’가 1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백악관에서 떠나는 머스크 CEO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드나들라는 뜻으로 황금 열쇠를 주며 ‘아름다운 이별’을 한 지 불과 6일 만이다.

각자의 SNS에서 설전을 벌인 트럼프와 머스크. /AFP연합뉴스

각자의 SNS에서 설전을 벌인 트럼프와 머스크. /AFP연합뉴스

양측은 종일 온·오프라인으로 설전을 벌였다. ‘배은망덕하다’는 표현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도 참지 않고 트루스소셜에 감정적인 글을 쏟아냈다. 그는 “일론은 점점 더 인내심을 잃게 했고, 내가 그에게 떠나기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또 “아무도 원치 않는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는 전기차 의무화 제도를 없앴는데 그는 미쳐버렸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 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끝내는 것”이라며 “조 바이든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항상 놀랐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도 정면 대응에 나섰다. 오후 3시10분께 그는 “큰 폭탄을 투하할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태그해 “그는 엡스타인 파일에 있다. 그게 문서가 공개되지 않는 진짜 이유다. 좋은 하루 되시길, DJT!”라고 적었다. 아동 성매매 등을 일삼다가 교도소에서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재게시하며 “예스”라고 코멘트했다. 또 “중도에 있는 80%를 대표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 때가 됐느냐”는 설문을 공지사항으로 등록했다. 그는 “관세로 하반기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라면서 감세법 외에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넓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주변인들은 일제히 방어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것은 “신경쓰지 않는다”면서도 법안 통과에 방해되지 않도록 “몇달 전에 그렇게 했어야 했다”고 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곁을 지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편을 들었다. 양쪽 모두와 친한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은 머스크와 통화하면서 갈등 중재에 나섰다.

◇2기 정부 취임 5개월도 안돼 ‘균열’

한때 ‘퍼스트 버디’라는 별칭까지 붙을 정도로 막역한 관계를 과시했던 두 사람의 빠른 결별은 출범 5개월도 안 된 트럼프 정부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이날 미·중 정상 통화보다 트럼프와 머스크 설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았다. 트럼프 정부와의 결별 뿐만 아니라 정부 계약 해지 위협까지 나오면서 테슬라 주가는 한때 17%까지 급락했다가 전날보다 14.26% 떨어진 284달러선에서 마감했다. 불과 하루만에 206조원어치의 가치가 허공에 사라진 셈이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25%, S&P500지수는 -0.53%, 나스닥지수는 -0.83%를 각각 기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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