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비닐봉지 쓴 채 버려진 ‘설악산 시신’…캄보디아 검은 조직 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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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 10층 호텔에 무장 경비 배치…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 운영
한국 내 모집 담당한 정 대표 구속…“조희팔과 인연 있다” 투자자 모집

최근 5년간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변사 사건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지난 4월 설악산에서 발견된 60대 여성의 기이한 죽음이 현지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났다.

4월 강릉경찰서는 “그녀의 부탁을 받고 살해했다”고 촉탁살인을 주장하며 자수한 50대 남성 A 씨를 긴급 체포했다.

A 씨가 살해한 피해자는 60대 여성 강혜란(가명) 씨로, 설악산 둘레길 인근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손과 발, 입도 테이프로 결박된 상태로 발견돼 충격을 안겼다.

부검 결과 경부압박질식사였으며, 약물이나 독극물의 흔적은 없었고, 저항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피해자 강 씨는 글로벌 투자기업을 표방한 ‘글로벌 골드필드(G사)’ 직원으로, 지인들에게 투자 참여를 권유해 왔다. 그러나 회사가 사실상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임을 알게 된 뒤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함께 투자에 관여한 직원 A 씨에게 자신의 살해를 부탁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경찰에 “함께하던 사업이 어려워져 동반 자살을 결심했고, 이에 먼저 살해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강 씨를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했으나 실패해 자신만 살아남았다”고 진술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하지만 지난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유족과 전문가들은 이런 촉탁살인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강 씨는 사망 직전까지 고추장을 담그고 지인에게 택배를 보내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고, 유서 또한 남기지 않았다. 또 범행 후 A 씨의 행적이 열흘 동안 묘연했던 점, 피해자의 휴대전화가 사라진 점 등도 단순한 동반자살 시나리오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또 강 씨와 A 씨가 함께 투자한 G사의 배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본거지를 둔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이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G사 한국지사 대표는 정모 씨로 지난해 캄보디아 프놈펜에 10층짜리 호텔을 매입해 무장 경비원을 배치하고 이를 범죄조직의 거점으로 사용했다.

그는 수년 전 중국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전력이 있으며, 이번 사건의 실질적 주범으로 지목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그것이 알고 싶다 갈무리)

이 조직은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통해 자국인을 모집해 조직원으로 포섭하고, 가상화폐 투자 및 고수익 보장을 내세워 다단계식 사기 구조를 구축했다. 피해자들은 “앱에 접속만 해도 코인이 쌓인다”는 홍보 문구에 속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투자했으나, 4월 초부터 전산이 마비되며 수익금과 원금 모두 회수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조직의 피해자는 5000명 이상이며 피해액은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내 투자 모집을 담당했던 정 대표는 수년 전 국외, 중국에서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했던 과거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처음부터 투자 사기를 계획했던 주범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그는 조희팔을 거론하며 많은 투자금을 받아서 큰 수익을 내고 본인은 캄보디아로 복귀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씨는 지난 7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며, 캄보디아 현지 거점 역시 국제공조 수사로 폐쇄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촉탁살인이나 경제범죄를 넘어, 해외 범죄조직이 국내 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분석했다.

특히 “범행의 잔혹성과 비정상적인 범행 수법으로 미뤄봤을 때,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죽음을 선택했다기보다 외부 압력에 의해 극단적 상황에 내몰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경찰은 강 씨의 사망 경위와 A 씨의 행적, 그리고 G사와 캄보디아 사기 조직 간 자금 흐름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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