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봉준호 ‘마더’
평화롭게 보이던 마을에서 벌어진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이는 스물여덟이라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수룩해 보이는 도준(원빈)이다. 죽은 여고생의 뒤를 쫓던 도준을 본 목격자가 있었고, 또 도준이 갖고 있던 골프공이 현장에서 발견되면서 도준은 완벽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동네 사람 모두 도준을 범인으로 생각해도 단 한 사람만은 이를 부정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도준의 엄마 혜자(김혜자)다. 혜자는 결코 아들이 살인범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는 이 엇나간 모성애가 가진 충격적인 폭력성을 담은 영화다.
“사실은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 여러분들. 세상 사람들은 다 몰라도 여러분들은 절대 헷갈려선 안 돼. 내 아들은 아니야!” 죽은 여고생의 장례식장까지 찾아와 그렇게 외쳐 결국 유족들과 한바탕 몸싸움까지 벌이는 혜자의 모습은 맹신 그 자체다. 자신의 아들이 결코 그랬을 리 없다는 그 모습에서는 ‘확증편향’의 섬뜩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부정과 맹신의 확증편향은 결국 혜자의 손에도 피를 묻히는 끔찍한 결과로 이어진다.진실을 받아들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개인화된 미디어가 편향된 정보들만 선별적으로 보여주는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달콤한 맹신에 머물며 진실을 부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관저 앞에 모여 무죄를 주장하는 지지자들에게서 안타까움과 더불어 섬뜩함이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결국 맹신과 부정의 결과는 당사자들에게도 또 우리 사회에도 비극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더’의 혜자가 끝내 마주한 비극을 우리 사회가 겪지 않기를 바란다. 불편해도 진실을 직시할 때 보다 나은 결과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걸 상기할 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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