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예비경선에서 자칭 ‘민주사회주의자’라 일컫는 34세의 무슬림 이민자 출신 조란 맘다니 후보가 1위에 오르자 다음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 같이 썼다. 맘다니의 약진으로 미 정계와 월가가 충격에 빠졌다. 그가 제시하는 급진 좌파 정책들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조차 상당한 반발이 일면서 11월 시장 선거에서 중도파가 이탈하는 등 민주당 진영 내 분열이 일어날 수 있단 위기감이 분출되고 있다. 월가에서도 세계 자본주의 심장인 뉴욕에서 급진 좌파 성향의 인사가 시장 후보로 출마한다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 급진 후보 등장에 민주당 패닉
현역 뉴욕주 하원의원이지만 미국 정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맘다니는 뉴욕시장 선거에 뛰어든 뒤 △최저시급 30달러로 인상 △무료 공영 버스 △공공 식료품점 운영 등의 좌파 공약을 내세우며 주목을 끌었다.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겐 소득세를 2% 인상하고, 법인세 역시 11.5%로 인상하자는 정책 을 내놓는 등 고소득층과 기업을 겨냥한 증세 의지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감세 법안과 상반된 정책들이다.이런 맘다니가 경선 1위를 차지하자 민주당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AP통신은 “그가 당선된 지 하루 만에 민주당 관계자, 기부자, 정치 활동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내분이 발생했다”며 “(온건파로 분류되는) 뉴욕의 민주당 핵심 인사 3인방인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중 누구도 그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온건파와 진보 성향 고소득자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경선에선 2위에 그친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는 무소속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뒤 탈당한 에릭 애덤스 현 뉴욕시장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지지층 표가 세 명으로 나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공화당은 진보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민주당 분열 가능성에 힘입어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다. 공화당 뉴욕시장 후보로는 범죄 예방 자원봉사단체 ‘가디언 엔젤스’ 창립자이며, 보수성향 라디오 진행자로도 유명한 커티스 슬리와가 뛰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한 로렌스 서머스는 X에 “이번 선거로 인해 민주당과 국가의 미래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게 됐다”고 썼다.● “맘다니 아니면 누구든 OK” 뿔난 월가자본가들이 집결된 월가는 강경 좌파 정책을 앞세운 맘다니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뉴욕 금융가들은 이제 ‘맘다니만 아니면 누구든 좋다’는 분위기”라며 “스스로를 민주사회주의자라고 선언한 인물을 제압할 수 있는 후보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애덤스 시장의 경우 재임 중 부패 혐의 및 트럼프 대통령 줄서기 논란으로 이미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버림 받았다는 평이 많았지만, 맘다니 후보의 등장으로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쿠오모 전 주지사를 지지했던 일부 기부자들이 애덤스 시장을 지지하는 연합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경제방송 CNBC는 “뉴욕의 유명 투자자와 재계 지도자들이 현 상황에 분노하며 대응 전략과 모금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며 “맘다니가 당선되면 뉴욕의 기업들이 플로리다주나 텍사스주처럼 세금이 적은 지역으로 이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