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로 팔지 않겠다" 폭탄 선언…잘나가는 담배 회사의 비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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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자담배 스틱 '센티아'.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전자담배 스틱 '센티아'.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말보로 팔지 않겠다.” 말보로는 세계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담배다. 1924년 출시 이후 17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됐다. 브랜드 가치만 40조원이 넘는다. 이 같은 글로벌 히트 상품을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곳은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다.

필립모리스는 향후 더불을 붙여 태우는 일반 담배(연초)는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가 목표다. 건강에 안 좋은 담배 시장이 정체하자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이다. 대신 일반 담배를 대체할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대안으로 내놨다. 올해 전체 담배 매출 가운데 아이코스 같은 비연소 담배(가열하는 방식의 궐련형 전자담배) 비중을 50%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전자담배 스틱 센티아가 포장된 모습.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전자담배 스틱 센티아가 포장된 모습.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지난 8일 찾은 한국필립모리스 양산공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일하게 필립모리스 비연소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공장 총 면적이 7만367㎡(약 2만1000평)에 달해 축구장 10개와 맞먹는다. 2002년 설립 이후 4억8000만달러(약 7100억원)를 투자해 설비를 확장하고 기술 고도화를 이뤘다. 연간 최대 생산 규모는 400억 개비다.

공장에 들어서니 으레 담배공장에서 날 것이라 생각하는 담배 찌든 냄새 대신 건초 향이 났다. 비연소 제품 생산 공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원료를 가공하는 최초 생산 단계인 프라이머리 공정에 들어서자 말린 담배 잎 냄새가 먼저 전달된 것이다. 작업자 중에는 냄새를 막기 위해 마스크를 쓴 이가 거의 없었다. 담뱃 잎은 가루 형태로 잘게 분쇄돼 물 등과 배합한 뒤 반죽 형태로 넓게 펴져 건조된다. 이를 일정한 크기로 자르면 완제품 전 가공을 앞둔 '캐스트 리프'(가공된 담뱃잎)라 불리는 담배 시트가 된다.

센티아 패키징 자재.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센티아 패키징 자재.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다음 공정인 세컨더리 단계로 넘어가면 푸석푸석한 톱밥처럼 쌓여있던 담뱃잎들이 갈색 종이처럼 보이는 캐스트 리프로 가공돼 돌돌 말려 있었다. 캐스트 리프는 막대 형태로 접힌 뒤 입이 닿는 부분인 필터와 조립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 익숙한 담배 완제품 형태인 스틱 상태로 만들어진다. 1분 동안 이렇게 생산되는 담배는 1만 개비에 달한다.

이러한 생산 공정으로 국내에 선보인 비연소 제품 기기가 '아이코스 일루마'다. 여기에 꽂아 가열해 흡입하는 '타바코 스틱'은 테리아와 최근 출시한 신제품 센티아가 있다. 테리아는 18종, 센티아는 4종이 양산공장에서 생산된다. 현재는 연초 담배인 말보로와 팔리아멘트 등도 함께 만들어진다. 이곳에서 생산한 담배의 3분의 1이 아태 지역 12개국으로 수출되며 나머지 3분의 2는 국내 시장에 공급된다.

생산된 센티아 제품 바코드 등 품질 검사.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생산된 센티아 제품 바코드 등 품질 검사. 사진=한국필립모리스 제공

한국필립모리스는 양산공장을 주요 거점으로 삼아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 고객을 유해 물질이 95% 감소한 비연소 제품 전환으로 유도할 계획. 국내 성인 흡연자 5명 중 1명은 아이코스 같은 비연소 제품을 중이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은 전세계 비연소 사업 순매출 비중이 작년 4분기 기준 전체 순매출의 40%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현재 양산공장의 전자담배 생산 비중은 60%에 이른다. 필립모리스는 일반 연초 담배 생산을 차차 줄여 전자담배용 스틱만 출하할 계획이다.

지난해 아이코스 글로벌 매출은 약 110억달러(15조7500억원)로, 2023년에 이미 말보로 매출을 넘어섰다. 한국 역시 전자담배 전환율이 20%에 달한다. 김기화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가 '10~15년 사이에 일반 담배, 말보로를 팔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많은 소비자가 빨리 (비연소 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바람"이라고 귀띔했다.

양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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