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 죽일 작정이냐"…'토허제 폭탄'에 위례 집주인들 분노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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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정부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일부 집값이 내림세를 보이다가 규제에 직면한 지역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강남 3구·용산 전체 거래허가제…일부 집값 하락 지역도 묶였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 일대(110.65㎢) 2200여 단지, 40만여 가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3·19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기간은 오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6개월이며, 이후 필요에 따라 연장할 계획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주택 등을 거래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해 2년간 실거주 목적의 매매만 허용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아파트 구매 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할 수 없어 실수요자만 매수할 수 있게 된다. 당초 서울시는 2020년 지정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난 2월 해제했지만, 일대 집값이 상승하자 35일 만에 더 넓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집값 과열 조짐이 계속될 경우 인근 지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고,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며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책적 대응이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조치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던 지역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게 되면서 해당 지역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송파구 장지동이다. 장지동은 하남시 학암동,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과 함께 위례신도시를 구성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일대 집값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장지동 '힐스테이트송파위례' 전용면적 101㎡는 지난달 16억3000만원(4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10월 17억8000만원(23층)에서 1억5000만원 주저앉았다.

'송파더센트레' 전용 51㎡도 지난달 9억6500만원(15층)에 거래됐는데, 한 달 전인 올해 1월 10억3500만원(14층) 대비 7000만원 하락했다. '송파위례24단지꿈에그린' 전용 75㎡ 역시 직전 거래인 지난해 9월 14억9800만원(14층)에서 3800만원 내린 14억6000만원(15층)에 지난달 손바뀜됐다.

집값 연일 내리는데 토허제 날벼락…"말려 죽일 작정이냐"

장지동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원성이 터져 나온다. 가뜩이나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 송파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규제를 받는 것은 억울하다는 이유다.

한 개업중개사는 "집값이 과열은커녕 냉각된 곳에 규제까지 더해지면 거래가 되겠느냐"며 "잘못은 공무원들이 하고 피해는 시민들이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주민들을 말려 죽일 작정이냐"며 "덕 보는 것도 없는 송파구인 게 문제라면 차라리 분구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위례신도시로 진입하지 않는 위례과천선 노선도(안). 사진=국토교통부

위례신도시로 진입하지 않는 위례과천선 노선도(안). 사진=국토교통부

위례신도시는 의료복합타운이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위례과천선도 패싱 논란이 이는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위례과천선 예상 노선도는 위례신도시를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노선은 위례신도시 서쪽 바깥의 송파구 문정도시개발구역 내 장지역 부근에서 종착한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이 이 역을 이용하려면 버스로 15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강남과천선이나 송파과천선으로 이름을 바꿔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2016년 의료시설용지에서 의료복합용지로 용도를 변경해 추진하고 있는 의료복합타운 조성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2021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지만, 건설경기 침체와 전공의 사태로 인한 병원들의 재정 악화가 맞물리면서 원점으로 돌아갔다. 오는 5월 사업자를 다시 공모할 예정이지만, 오피스텔과 상가 개발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사업 구조상 유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위례는 송파구이지만, 열악한 교통망으로 강남 접근성이 떨어져 집값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는 지역"이라며 "강남 집값이 올랐다고 이런 지역까지 일괄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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