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추문예 ◆
우리는 도망간 앵무새를 다시 새장에 집어넣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아빠는 냉장고 위로 올라간 새를 몰기 위해 식탁 의자를 밟고 올라섰고, 엄마는 급한 대로 새가 날아오르면 낚아채기 위해 재활용 쓰레기를 담아놓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들고 이리저리 아빠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제 막 중2병에 접어든 동생은 "날지 못하는 인간한테 잡히면 그건 새가 아니지"라고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말을 남긴 채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어? 냉장고 뒤로 들어간다."
거실 소파 위에 올라가 이 모든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던 내가 외치자 "안 돼!" 하며 엄마가 바구니를 집어던졌다. "뒤로 들어가면 못 잡는단 말이야."
날아온 바구니에 놀랐는지 엄마의 고함 소리에 놀랐는지 다행히 앵무새가 포드닥 소리를 내며 다시 날아올랐다.
"아빠, 잡아!"
내 명령에 아빠는 식탁 의자 위에서 날아올랐고, 날아오름과 동시에 당신이 앵무새와 같은 새가 아님을 깨닫고는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해버렸다. "아이코!"
뒤이어 팔을 뻗은 엄마의 간절함에도 새는 TV 모니터 위에 외줄타기를 하듯 내려앉아 우리 모두를 골탕 먹이고 있었다. "저거 은근히 얄밉네." 나는 조금씩 약이 오르기 시작했다.
"작전을 바꾸자."
앵무새가 제일 좋아하는 씨앗들로 바닥에 줄을 세우자 마침내 새가 TV 모니터에서 내려왔다. "가만있어." 나는 성급히 달려들려고 하는 엄마와 아빠를 진정시키며 새가 스스로 새장으로 들어갈 수 있게 새장 입구로 길게 씨앗 길을 놓았다.
"그래 조금만, 그래, 조금만."
간절한 우리의 부름에 새는 한 발 또 한 발 새장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얄미우리만치 천천히, 그것도 온갖 씨앗의 맛은 다 음미하면서 걸어가고 있었지만 새장에 스스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동생의 말처럼 나는 새를 잡을 수 없다면 걷게 해서라도 잡아야 했다.
폴짝. 또 폴짝. 이게 웬 횡재냐는 표정으로 씨앗들을 먹어치우던 앵무새는 새장 앞에 다다라 뭔가 미심쩍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거렸다. "그냥 먹어. 그냥, 안으로 들어가서 먹으라고." 안달이 난 아빠는 그새를 참지 못하고 애를 태웠다. 급기야 손으로 밀어넣을 듯 부채질을 하는 통에 가만있으라는 엄마의 핀잔을 한 번 더 들어야 했다. "두 사람 좀 가만히 있어, 제발." 우리는 모두 이제 막 새장 입구로 발을 들여놓는 앵무새의 앙증맞은 두 발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필이면 그 순간 "학원 다녀올게" 하고 평소에는 공부도 하지 않던 동생 녀석이 벌컥 방문을 열고 나왔다. 앵무새는 새장 안에 있던 씨앗마저 잽싸게 낚아챈 뒤 홀연히 날아가버렸다.
"잡아. 어서 잡으라고!"
때늦은 나의 절규와 "그거 하나도 제대로 못 잡고 뭐 해"라는 엄마의 원망만이 덩그러니 거실 한가운데 남았다. 아빠는 조금 전 의자에서 자유낙하하며 부딪힌 무릎을 살필 사이도 없이 두 여자의 뜨거운 눈총을 홀로 받아내야 했다.
앵무새가 탈출을 감행한 지는 한 달쯤 되었다. 그렇다고 지난 5년간 얌전히 지냈던 것은 아니지만 새장 밖으로까지 탈출을 감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동생이 초등학교 4학년 때 떼를 써서 데려온 이후, 종종 밥을 줄 때 손가락을 깨물거나 잠시 풀어놓은 사이 온 데 똥을 지린 적은 있어도 요즘처럼 새장을 벗어나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 것이 반복된 적은 없었다. 더구나 새장을 스스로 열고 나왔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아는 척하지 마."
저녁 먹을 때 싱크대 위로 다시 나타난 앵무새를 보고 엄마는 숨죽여 말했다.
"아는 척을 안 해야 가까이 올 거야."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고는 슬쩍 밥 먹기 전부터 쥐고 있던 씨앗 봉지에서 앵무새가 제일 좋아하는 씨앗 하나를 꺼내 식탁 끄트머리에 무심히 툭 던져놓았다.
전혀 과학적인 근거가 없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어느 순간부터 앵무새는 식탁 위를 뱅뱅 돌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거봐. 내 말 맞지?"
거의 매일 아빠와 '내 말이 맞네'로 싸우고 있는 엄마는 맞은편에 앉은 아빠의 얼굴을 쳐다보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아빠는 엄마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자꾸만 머리 위를 맴도는 앵무새 때문에 한껏 고개를 낮추고 있었다.
"아이~거 자식, 내려앉으려면 빨리 내려앉든가 불편해 죽겠네."
정확히 아빠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새가 식탁 끄트머리에 내려앉았다. 깜짝 놀란 엄마는 말할 것도 없이, 아빠와 나는 있는 힘껏 숨을 참은 채 엄마가 잽싸게 앵무새를 낚아채길 기다렸다.
"뭐 해? 어서 낚아채, 어서."
이제는 얄밉기까지 한 날렵한 두 발로 통통 씨앗을 향해 다가오는 앵무새를 보며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엄마를 재촉했다. "빨리!"
엄마가 급한 대로 씨앗 봉지로 앵무새를 낚아채려고 하는 순간, 미처 부리로 씨앗을 물지 못한 새가 엄마의 머리 위로 날아오르며 있는 힘껏 엄마의 옆머리를 쪼고 달아났다. "아얏!"
또다시 앵무새는 사라지고, 엄마의 오른쪽 귀 뒤로 외줄기 핏물이 목을 타고 흘러내렸다.
"아는 척하더니 꼬시다."
때를 놓치지 않은 아빠의 얄미운 목소리가 급기야 피를 본 엄마의 분노를 더 끓어오르게 했다.
그날 밤, 나는 부엌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부엌 싱크대 쪽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고, 부엌 옆에 있는 동생 방에서 나는 소리 같기도 했다. 처음에는 부스럭거리는 것처럼 들리던 소리는 이내 딱, 딱, 딱 하는 뭔가를 찍는 듯한 소리로 바뀌었다.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 내가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는 인기척을 느낀 듯 뚝 끊어졌다. 그러고 침대로 돌아왔을 때 다시 딱, 딱, 딱 소리를 내며 한동안 이어졌다.
얼마 전에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앵무새가 새장을 탈출한 직후였다. 늦은 밤에 들려오는 그 소리는 흡사 부리로 책상이나 싱크대 문짝을 찍는 듯한 소리였고, 견디다 못해 방문을 열고 나가면 금세 알아채고 소리가 뚝 끊기는 일이 반복됐다. 나는 밤늦은 시간에 들려오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기회만 생기면 자꾸만 탈출을 감행하는 앵무새의 소행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의 말마따나 날아다니는 새가 하는 짓을 날지 못하는 사람이 막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야지, 그렇게 다짐하며 소리를 견딘 채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튿날, 태진이를 공격한 세 번째 사건이 벌어졌다. 우리는 이제 앵무새의 탈출과 아파트에서 일어난 세 번의 사건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세 번의 사건 모두 새가 탈출한 날 밤에 일어났다. 엄마도 그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한 달 전, 처음 앵무새가 새장을 탈출한 날 밤에, 가봐야 어디 가겠어 하고 안심하고 있던 날 밤에, 우리는 모두 책상을 찍는 듯한 그 소리가 주방을 날아다니며 새가 내는 소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일어났을 때, 새는 주방이 아닌 주방 창문 밖에서 발견되었다.
처음 앵무새를 발견한 것은 엄마였다.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제일 먼저 주방에 나갔던 엄마가 주방 창문 밖에서 유리창을 콕콕 찍고 있던 새를 발견했다. 엄마보다 겁이 많은 아빠가 자기 전에 모든 창문을 걸어 잠그는 통에 아마 새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새장으로 돌아온 앵무새를 보며 어젯밤의 그 소리는 무엇이었는지 의아해했다. 부리로 나무를 찍는 듯한 그 소리, 날카로운 무언가로 둔탁한 물체를 딱딱 찔러대던 그 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맴돌았다. 그런데 정작 앵무새는 주방이나 집 내부가 아닌 창밖을 날아다니고 있었다니, 도무지 그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앵무새는 어떻게 새장도 모자라 집 밖까지 탈출하게 된 걸까?
첫 번째 피해자는 103동의 현석이었다. 학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등을 세 번 찔렸다. 아니, 정확히 찔렸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날카로운 무언가로 등을 세 번 찔린 듯하다고 경찰한테 말했다. 반면에 두 번째 피해자인 104동의 종우는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허벅지를 베인 것 같다고 말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누가 그랬는지 보지 못했다고 했다. 만약 그 두 사건이 정말 앵무새의 소행이라면 '세 번 쪼았다'라고 하거나 '부리에 쪼인 것 같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몰랐다.
앵무새가 또다시 탈출한 날 밤에, 세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모두 입을 다문 채 서로의 눈치만 살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앵무새가 사람을 골라 공격하다니. 그것도 어린 학생들만 공격하다니. 하지만 세 번의 탈출과 사건들이 맞물린다고 해서 꼭 새의 소행으로만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괜히 엄마에게 꼬시다고 했다가 욕을 얻어먹은 아빠를 데리고 앵무새를 찾는 척 집을 나선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빠가 배달을 '잠시 쉬겠다'고 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그래서, 태진이는 괜찮대?"
술이 오르는지 아빠는 벌써 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하고 있었다.
"팔뚝이 조금 찢어지긴 했는데, 괜찮나 봐."
나는 언제 내 얘기를 꺼낼까 눈치를 살피며 들은 대로 알려주었다. 눈을 끔벅거리면서도 된장찌개에 공깃밥까지 말아먹는 걸 보면 아주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저기 말이야" 하며 말을 꺼내려는데
"내가 먼저 좀 하자"며 아빠가 말을 잘랐다. 대체로 이런 경우에는 좋은 얘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나는 우선 내 앞에 채워져 있던 소주를 한 번에 쭉 들이켰다.
"아빠 일 그만두면 안 될까?"
"안 돼. 내가 먼저 때려치울 거야."
"뭐?"
술기운이 달아나는지 아빠는 푹 꺼진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뭘 때려치워? 학교?" 하고 물어보는 얼굴이 꽤 나이가 들어 보였다.
"어차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 칠 건데, 돈 아까우니까 지금 때려치우는 게 낫지 않겠어?"
나는 일부러 태연한 척 아빠의 빈 잔에도 술을 따르고 내 잔에도 따랐다. 되도록이면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소주를 마시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빠의 익숙한 레퍼토리가 시작되었다.
"아빠가 왜 배달 일 하는지 몰라서 그래? 아빠가 왜 낮에는 택배하고 밤에는 배달하는지 몰라서 그러느냐고?"
그 말 뒤에는 늘 '대학을 못 나와서' '할아버지가 노름으로 밭떼기를 다 날려먹어서' '그래서 대학을 못 갔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었다. 동생과 내가 공부를 하기 싫다고 하거나, 혹시라도 대학을 가기 싫다고 했다가는 늘 듣게 되는 말들이었다. '공부를 해서 뭐 하다니? 그런 어리석은 말이 어딨어!' 하며 눈물까지 보이는 통에 우리는 일절 그런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더는 학교를 다닐 수 없었다. 재미도 관심도 없는 그곳에, 1년에 1000만원이 넘는 돈을 계속해서 갖다 바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배달 일을 안 하겠다는 거지, 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잖아."
할 말이 많았지만 나는 이미 나빠져버린 아빠의 기분을 생각해 그만두었다.
"학교 졸업하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땐 안 말릴 테니까"라는 말을 끝으로 아빠는 홀짝홀짝 소주만 들이켰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아빠는 눈치를 살피며 말을 꺼내려다가 "도대체 언제 일 나갈 거야?"라는 날이 선 엄마의 물음에 "내일, 그래, 내일은 나가야지"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래, 제발 당신이라도 정신 차려. 학원 간 녀석은 들어오지도 않고, 도대체 앵무새는 어디로 날아갔길래 안 돌아오는 거야? 어?"
점점 끓어오르는 엄마의 분노를 보며 아빠와 나는 살기 위해서는 거실을 떠나 각자의 방으로―물론 아빠는 그럴 방도 없지만―사라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사건 때는 바로 다음 날 아침 돌아왔던 것과 달리 앵무새는 세 번째 사건이 일어나고는 다음 날이 다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앵무새가 돌아오지 않은 날 밤, 나는 우는 소리를 들었다. 엄마한테 결국 속마음을 털어놓고 얻어터진 아빠가 울고 있을 거란 생각과는 달리 울음소리는 동생의 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남동생의 방문을 여는 것도 모자라, 무슨 이유로 그렇게 슬프게 울고 있는지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아 울음소리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 설마 앵무새가 돌아오지 않아서 우는 건 아니겠지? 어이없는 생각을 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에 아빠는 결국 엄마한테 말을 꺼내지 못하고 완전 똥 씹은 표정으로 택배 일을 나갔다. 무려 한 달 만의 출근이었다. 너는 왜 안 나가냐는 엄마의 매서운 질문에 나도 집을 나서긴 했지만 사실 방학이 시작된 지 오래라 딱히 학교에 갈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만일 내가 3, 4, 5월 석 달만 다니면 금세 여름방학을 한다고 말했다면, 엄마는 아마 세상에 그런 날강도들이 어디 있느냐며 쌍욕을 날렸을 것이다. 한 학기에 돈을 5백 넘게 가져가면서, 어떻게 애를 이렇게 천하의 백수처럼 놀릴 수 있냐며, 장학금이라고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딸을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볼 게 뻔하기 때문이다.
막상 집 밖에 나와 보니 갈 데가 없었다. 굳이 돈을 들여 버스를 타고, 할 일도 만날 사람도 없는 학교에 가는 것도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때 눈앞으로 아빠의 트럭이 지나갔다. 분명 나보다 훨씬 먼저 집에서 나갔었는데. 아무래도 주차된 차 안에서 한참을 망설이다가 일을 나선 모양이었다.
"아빠, 스톱! 스톱, 아빠!"
나는 전력을 다해 아빠의 트럭을 따라가며 고함을 질렀다. 에어컨이라도 나오는 아빠의 차 안이 시간을 때우기에 제일 나을 것 같았다.
"학교도 때려치우고 바로 택배 일 하려고?"
어젯밤의 서운함이 남았는지 아빠는 재밌지도 않은 농담을 던졌다. "안 그래도 오늘부터 배워보려고"라고 받아쳤지만 역시나 재밌지 않은 건 아빠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한동안 이어진 침묵에 에어컨을 틀어놨는데도 차 안이 쾌적하지 않았다. "차가 왜 이래. 에어컨도 영 시원찮고" 하며 다시 말을 걸어보았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택배도 싣지 않은 차를 끌고 도무지 어디로 가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어? 저기, 저기 우리 앵무새 아니야?"
넋을 놓고 있다가 나는 차 앞으로 휙 날아가는 새를 보며 소리쳤다. "저기 봐, 꽁지깃이 반밖에 없는 게 우리 앵무새 맞잖아."
이제 막 골목 입구에 차를 세우던 아빠는 부루퉁한 얼굴로 잠시 쳐다보고 있더니 "그렇긴 한데, 머리에 빨간 깃털이 더 많잖아. 우리 앵무새 아니야"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앵무새는 데려올 때부터 꽁지깃이 반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동생이 이틀 밤낮을 밥을 안 먹고 버티는 통에 분양을 받으러 가긴 했지만, 나는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시끄럽게 깍깍거리는 녀석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개중에 골라도 꼭 저 같은 걸 고른 동생도 한심했다.
'그러지 말고 여기, 멀쩡한 애들 중에 골라 봐. 얘는 꽁지가 반밖에 없어서 제대로 날지도 못해.'
하지만 뒤이어 이어진 동생의 말에 지켜보고 있던 가게 사장님도 우리도 딱히 뭐라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어차피 새장에 가둬놓을 건데, 날고 못 날고가 뭐가 중요해요.'
들릴 듯 말 듯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지만, 동생은 가끔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배달 못 한 택배가 있어. 금방 다녀올게."
골목 안쪽 주택 1층 출입문 위에 내려앉은 앵무새를 쳐다보고 있을 때 운전석에서 내린 아빠가 문을 닫으며 말했다. 그거 하나 배달하려고 여기까지 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따라가고 싶지는 않아서 그대로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