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의 가능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양자컴퓨터는 수십 년 걸리던 신약·신소재 탐색을 앞당겨 더 값싼 치료제와 더 오래가는 배터리를 만들고, 양자암호통신은 금융·의료정보·국가기밀을 해킹 걱정 없이 지키며, 양자센서는 암을 더 일찍 진단하고 도심 싱크홀까지 미리 찾아낼 수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의 뿌리는 한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7년 솔베이 회의에서 아인슈타인과 보어 등이 벌였던 양자역학 논쟁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방식을 바꾸며 인식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자 기술은 반도체와 초고속 통신망으로 구현되며 현대 문명의 토대가 됐다. 이제 인류는 또 한 번의 양자혁명을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양자역학을 ‘이해’한 단계였다면, 이번엔 양자중첩·얽힘을 직접 ‘제어’해 컴퓨팅·통신·센싱에 활용하는 단계로, 미래 산업·경제, 기술안보, 국가경쟁력의 근본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다.
세계 주요국이 역량을 총결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은 아직 선두는 아니지만, 양자는 기회의 창이 아직 닫히지 않은 초기 분야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배터리 제조 역량과 탄탄한 정보통신 인프라를 살린다면 충분히 따라잡고 앞설 수 있다. 정부는 제1차 양자 종합계획을 토대로 초격차 기술을 키우고, ‘양자 클러스터’로 지역 주력 산업의 양자전환을 이끌며, ‘K-문샷 프로젝트’로 미래 꿈의 기술인 결함허용 양자컴퓨터를 우리 손으로 개발·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오늘 개막하는 ‘퀀텀코리아 2026’은 그 도전의 현재를 확인하는 무대다. 유수의 국내외 기업과 연구진이 참여한 56개 전시관과 양자기술·산업의 최전선을 짚는 ‘퀀텀 프론티어 포럼’, 그리고 대중강연·마술·연극까지, 더 이상 양자가 과학자만의 언어가 아니라 온 국민이 누릴 미래임을 보여줄 것이다.
양자역학은 말한다. 미래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고. ‘측정’이 대상과 부딪혀 비로소 결과를 만들어내듯, 미래도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디에 투자하며 얼마나 끈질기게 도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부산대 연구팀의 우승이 보여주듯 새로운 양자혁명의 첫 장은 이미 우리 손에서 쓰이고 있다. ‘양자가 현실이 되다, 혁신을 위한 담대한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퀀텀코리아 2026’이 대한민국 양자 대도약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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