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지영의 기자] 6년 만의 흑자전환을 발표한 남양유업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기로에 놓였다. 홈플러스에서 받아야 할 외상매출채권이 지난해 이익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 전액 상환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해 내부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7324만원으로 지난 2019년 3분기 이후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9528억원, 영업손실은 99억원으로, 전년 대비 매출은 4.4% 감소했고 연간 영업이익 손실 규모는 715억원 줄었다. 오너 리스크로 장기간 사업 침체기를 겪던 남양유업이 지난해 1월부터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로 변경되면서 대대적인 운영 효율화 작업을 거친 결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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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양유업의 흑자전환 발표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전이라는 점이다. 이후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사태가 터지면서 공시 사안과 다르게 흑자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남양유업의 지난해 실적에 홈플러스에서 아직 받지 못한 대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부터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현재 협력사와 임대점주 등에게 지불해야 할 상거래 채권을 연체 중인 상태다. 남양유업은 홈플러스에서 받을 예정인 외상매출채권을 모두 지난해 이익으로 회계 처리해 잠정 실적을 계산했지만, 아직 받지 못한 자금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재 지난해 이익으로 잡혀있는 홈플러스 매출채권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실정이다.
통상적인 기업회계 처리 원칙상 거래처에서 받을 채권이 불확실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대손충당금을 잡아둔다. 손실 가능성을 반영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주주와 투자자들에게 투명한 정보를 알리기 위해서다.
현재 남양유업 내부에서는 홈플러스 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설정 및 회수가능성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실적에 대한 정기 사업보고서를 공식 제출하기 전까지 홈플러스 채권 손실 처리 문제를 두고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난달에 잠정 실적을 공시하며 흑자전환을 설명했던 건 홈플러스 기업회생 한달 전”이라며 “홈플러스에서 일단 미지급금이 순차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계속 정기 사업보고서에 실적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