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코인社 M&A’ 본격화…거래소·커스터디 대형화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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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후드·리플·코인베이스 등 사업자 간 합종연횡 확산
거래소·커스터디·결제망 잇는 대형사 중심 구조로 재편

  • 등록 2025-10-29 오후 9:22:48

    수정 2025-10-29 오후 9:22:48

[이데일리 마켓in 원재연 기자]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계가 두 번째 인수합병(M&A) 사이클에 들어섰다. 3분기 누적 거래 규모가 100억달러(약 14조원)를 돌파하며 멈춰 있던 시장 재편이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소, 커스터디, 결제 인프라를 중심으로 대형 사업자 간 통합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사진=AFP)

29일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아키텍트파트너스(Architect Partners)에 따르면 올해 암호화폐 관련 M&A 거래액이 전년 대비 약 30배 늘어난 10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 루나 사태 이후 거래 절벽을 겪었던 시장이 회복세를 넘어 재편 단계로 이동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승세를 ‘코인 M&A 2차 사이클’로 규정하고 있다. 앞선 1차 M&A 사이클은 지난 2021년경으로, 바이낸스의 코인마켓캡 인수 등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인수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후 2022년 테라·루나 붕괴와 FTX 파산으로 유동성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시장은 급속히 냉각됐다.

이번 사이클의 특징은 사업자 중심 통합으로 평가되고 있다. 초창기 시장에서 유행했던 토큰 프로젝트 인수나 소규모 기술 확보형 거래가 줄고, 거래소와 커스터디·결제 인프라 등 핵심 사업자가 직접 통합을 추진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글로벌 가상자산 규제 강화와 기관 자금 유입 확대로 서비스 간 경계가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거래소 부문에서는 대형 플랫폼 간 합종연횡이 뚜렷하다. 단순 트래픽이 아니라 규제권역과 기관 서비스까지 겨냥한 형태의 매매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 주식 거래소 로빈후드는 상반기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약 2억달러(약 2700억원)에 인수하며 다중 라이선스와 기관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또 다른 미국 거래소 크라켄은 트레이드스테이션 크립토를 사들이며 송금업 라이선스 등 규제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영국 상장사인 IG그룹은 역으로 호주 가상자산 거래소 인디펜던트리저브 지분 70%를 약 1억 호주달러(약 900억원)에 매입해 아시아 시장에 첫 진출하기도 했다.

커스터디·결제 인프라 영역에서도 통합이 이어지고 있다. 리플사는 미국 프라임 브로커 히든로드를 약 12억5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결제망과 브로커리지 기능을 묶었다. 거래 직후 기관 전용 플랫폼 ‘리플 프라임’을 출범시키며, 송금 중심이던 사업 구조를 기관 결제 네트워크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M&A를 예고한 상태다. 코인베이스는 이달 온체인 자본조달 플랫폼 에코(Echo)를 약 3억7500만달러(약 5100억원)에 인수했다. 토큰 발행과 자본모집을 자체 인프라로 흡수하며 커스터디·파생·결제에 이어 상장 전 단계까지 손을 뻗는 모습이다.

전통 금융권의 참여 역시 가속화되는 추세다. JP모건과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올해 들어 블록체인 커스터디 기업과 토큰화 자산 플랫폼에 잇따라 지분을 투자했다. 디지털자산과 전통 금융이 직접 결합하는 ‘역합병(reverse merger)’ 형태도 늘고 있다. 아키텍트파트너스에 따르면 올해 전체 거래 중 약 3분의 1은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 간 합병이다.

업계에서는 규제 명확화가 산업 통합을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회계 기준과 자산 분류 체계가 정리되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사업자는 매각을, 대형사는 인수를 통한 네트워크 확대를 택하고 있다. 커스터디와 결제 인프라를 모두 보유한 기업에 시장 가치가 집중되면서, 거래소와 결제, 수탁을 잇는 풀스택 구조가 주류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M&A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커스터디와 결제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이제 기술기업이 아니라 금융기관에 가까운 지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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