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닭고기 가공업체 마니커가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결손금이 분기 매출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불구하고 부자재와 물류 등 비용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을 내지 못한 결과다. 마니커가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한 채 결손금 규모를 키울 경우 사업 지속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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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커 본사 전경.(사진=마니커) |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니커의 올해 1분기 기준 결손금은 777억원으로 전년말 739억원 대비 5.1% 증가했다. 이는 마니커의 1분기 매출인 766억원을 상회하는 수치다.
결손금은 기업이 영업이나 재무활동에서 반복적으로 손실을 내 누적된 ‘빚 성격의 손실금’을 말한다. 즉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로 일정 수준 이상이면 완전자본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니커의 결손금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것은 육계업계 특유의 구조적 한계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 크다. 도계(닭 도축) 사업 자체가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에 한계가 있는데다 사료용 곡물인 옥수수 등 주요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탓에 비용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마니커는 올해 1분기에만 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적자폭이 커졌다. 현금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마이너스(-) 12억원을 기록했다.
범위를 10년으로 넓혀 봐도 흑자를 낸 해는 2017년, 2018년, 2023년 단 세 해뿐이다. 일시적인 비용 상승이나 경기 요인보다, 근본적인 수익 창출력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는 셈이다. 10년 중 7년이 적자였던 만큼, 현재의 결손금 확대는 일시적 위기가 아닌 구조적 부실의 결과물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결손금이 누적되는 가운데 재무건전성도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추세다. 마니커의 차입금의존도는 34.4%로 전년 동기 대비 0.7%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적정 수준으로 여겨지는 30%를 상회하는 수치다. 특히 단기차입금 비중이 97%에 달해 유동성 압박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반면 유동비율은 62.7%로 전년 말 64.2% 대비 1.5%포인트(p) 하락했다. 통상 기업의 적정 유동비율은 100~150%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04억원에서 80억원으로 23.1% 줄었다. 마니커가 단기 채무를 상환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순차입금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마니커의 재무 부담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기업의 영업활동이 현금창출로 연결되지 못하고 차입에 의존하는 구조가 심화될 경우 조달금리 상승기에는 이자비용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마니커의 순차입금비율은 117.7%에 달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결손금이 분기 매출을 초과하는 상황은 단기 유동성뿐 아니라 장기적인 영업 지속성에도 위협이 되는 신호”라며 “외형 성장보다 수익성 회복과 자본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