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금융위원회가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속 자본시장 안정화 대응책 중 하나로 ‘토큰증권 제도화’를 꺼내 들었다. 국내 증시의 구조적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자산의 유통 혁신을 통한 시장 기반 확장을 정책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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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4번째)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유관기관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사진=금융위원회) |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전날 서울 종로구 소재 금융위 대회의실서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유관기관 증시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자본시장 활성화 관련 새 정부 공약 과제도 신속히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공약 과제인 △기업지배구조 개선 △불공정행위 원스트라이크 아웃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토큰증권 제도화 등의 추진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금융위는 올해 들어 여러 차례 STO 제도화를 정책 우선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4월 8일 자본시장전략포럼 △4월 21일 외신기자 간담회 △5월 1일 가상자산위원회 △5월 8일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5월 13일 금융세미나 등에서 연이어 제도화 필요성을 전했다. 이번 긴급 점검회의까지 포함하면 한 달 간격으로 STO를 강조해온 것이다. STO는 실물자산 기반의 디지털 증권으로, 자산 유통과 투자 참여를 동시에 넓힐 수 있어 자본시장 안정화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시장에선 금융위가 불확실성 해소 국면에서 STO를 꺼내든 것은 자본시장의 체질 개선이 본질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TO는 고액의 실물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쪼개 발행한 뒤 이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등록해 합법 유통할 수 있도록 한다. 자산 단위가 1만원까지 낮아져 일반 투자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플랫폼 유통이 가능해져 유동성도 확대된다. ‘자산 대중화’라는 사회경제적 효과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는 이런 구조가 금융시장 안정을 넘어, 벤처·중소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인프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기존에는 대출이나 VC(벤처캐피탈) 투자 외에 자금 유치 수단이 부족했던 기업들이, 특허·IP(지식재산권)·데이터 같은 무형자산을 디지털증권화해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권 역시 STO 제도화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 국회에는 12건의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며, 여야 모두 “법안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선 이미 STO가 제도화돼 활용 중이다. 일본은 2020년 법제화를 마무리해 2조원대 시장을 형성했고, 미국의 부동산 플랫폼 리얼티(RealT)는 50달러 단위 부동산 투자를 통해 3만명 이상의 글로벌 투자자를 확보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국의 STO 시장이 2026년 119조원에서 2030년 367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범준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토큰증권협의회 회장 겸 바이셀스탠다드 대표는 “STO는 가이드라인과 법안이 병행돼 제도화 기반이 거의 완성된 상태”라며 “금융 인프라로서 자본시장 전반에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