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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계좌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성장주를 집중 매수했다. 외국인들이 최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반도체와 방산 주식을 쓸어담은 것과 비교하면 다뭇 다른 흐름이다.
국장선 '바이오·로봇주' 담은 자산가들
14일 한국경제신문이 미래에셋증권에 의뢰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간(1월2일~9일) 국내 증시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상위 3개 중 2개가 코스닥 종목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218억302만원)을 가장 많이 샀다. 알테오젠은 작년 11월11일 44만5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뒤 특허소송 루머 등으로 주가가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 13일 29만9000원에 마감해 고점 대비 32.88% 떨어지면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2위 역시 코스닥 종목으로 로봇주 레인보우로보틱스였다.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이 가능한 협동로봇, 이족보행로봇 및 사족보행로봇 등을 만드는 로봇 전문기업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보(HUBO)2’는 국내 최초의 이족보행로봇이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품으면서 올 들어 주가가 13%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신설하는 미래로봇추진단을 통해 성장할 것이란 기대에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3위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유한양행으로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파트너사 존슨앤드존슨(J&J)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병용 요법에 대한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내놓으면서 최근 강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주가는 12.13% 뛰었다. 증권가에선 지난해 유한양행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는 전년 추정치 대비 9.7% 증가한 2조2747억원을 기록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후광' 기대...테슬라도 줍줍
해외 증시에서는 자산가들은 테슬라(335억47만원)와 브로드컴(103억5695만원), 알파벳 A(71억0252만원) 순으로 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은 트럼프 수혜주와 정보기술(IT) 관련주가 대부분이었다.
테슬라는 트럼프 취임 이후 영향력 확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지난해 한 해 가장 많이 산 종목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자신의 행정부에서 새로 창설되는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내정했다. 미국 대선 최대 수혜주로 부각되면서 작년 11월부터 12월까지 61.63% 급등했다. 지난달 17일 479.86를 고점으로 400달러선이 무너지자 자산가들이 서둘러 매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브로드컴은 맞춤형 반도체 기업으로 ‘제2의 엔비디아’로 부상하는 종목이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대형 클라우드 기업 세 곳과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뛰었다. 지난달 13일엔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엔비디아, TSMC에 이어 반도체 기업으로는 세 번째다. 브로드컴은 올해 미국 주식시장을 이끌 키워드인 ‘배트맨’(BATMMAAN) 구성 종목이기도 하다. 배트맨은 브로드컴과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아마존, 엔비디아의 첫 번째 영문 알파벳을 따서 만든 미국 대형 기술주 8개를 의미한다.
알파벳 A는 구글의 새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이 투자심리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구글은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로도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 걸리는 문제를 단 몇 분 만에 풀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상용화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양자 기술이 인공지능(AI)을 완성할 차세대 기술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 향후 양자컴퓨터 시장을 선점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관심주로 떠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