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우승 명장된 '상민 오빠'…"선수 때 우승보다 훨씬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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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6 프로농구 챔프전 우승 이끈 이상민 KCC 감독
실패한 지도자 오명 벗고 정상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
"팀 위해 헌신한 선수들 덕분…
하늘에 계신 아버지와 약속 지켜"

  • 등록 2026-05-15 오전 12:10:00

    수정 2026-05-15 오전 12:10:00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의 유명한 속설이 있다. 어찌 보면 근거 없어 보이는 그 말의 대표적인 예로 농구계에선 종종 이상민 부산 KCC 감독이 거론됐다.

이 감독은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였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나정이가 죽고 못 사는 인물이 바로 ‘상민이 오빠’였다. 오죽하면 오로지 상민이 오빠를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죽기 살기로 공부해 연세대에 진학했을 정도였다.

13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KBL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대 부산 KCC 이지스 5차전 경기. 이날 경기에서 승리하며 챔피언 자리에 오른 부산 KCC 이상민 감독이 그물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화려했던 선수인생과 달리 ‘감독’ 이상민의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2014년 서울 삼성 사령탑으로 데뷔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6~17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지속된 성적 부진에 2022년 물러났다. 한때 스스로 자신을 ‘실패한 감독’으로 규정할 만큼 상처가 컸다.

친정팀 KCC가 내민 손은 마지막 기회였다. 그 손을 잡은 이 감독은 긴 기다림과 인내 끝에 자신을 옥죄었던 속설을 깼다. KCC는 지난 13일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2025~26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고양 소노를 76-68로 꺾었다. 7전4승제 시리즈를 4승 1패로 마무리한 KCC는 2023~24시즌 이후 2년 만이자, 통산 7번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뤘다.

‘KCC 전신’ 현대 시절부터 간판스타 활약

이번 우승은 이 감독에게 각별했다. 그는 KCC의 전신 현대 시절부터 팀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며 1997~98, 1998~99, 2003~04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현역 은퇴 뒤에는 지도자로 변신했고, 2023~24시즌 KCC 코치로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감독으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농구 인생의 마지막 숙원으로 여겼던 ‘우승 감독’ 타이틀까지 달았다.

13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6 KBL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 고양 소노와 부산 KCC 5차전 경기. 우승한 부산 KCC 선수들이 이상민 감독을 들어 올리며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프로농구 역사상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을 모두 이룬 경우는 총 네 차례 있었다. 하지만 한 팀에서 세 번의 우승을 모두 이룬 것은 이 감독이 최초다. 이 감독은 “선수 때보다 챔프전을 준비하는 무게감이 훨씬 크게 다가왔다”면서 “선수로 우승한 것보다 지금이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서 보고 계신 정상영 KCC 명예회장님, 그리고 아버지도 생각난다”면서 “감독으로서 우승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정말 기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개성 강한 KCC 선수들 하나로 묶어 ‘호평’

KCC는 올 시즌 허웅, 허훈, 최준용, 송교창, 숀 롱 등 스타급 선수들이 가득한 ‘슈퍼팀’으로 불렸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순탄치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으로 빠지면서 6위로 플레이오프에 턱걸이했다.

봄 농구에 들어서자 달라졌다. KCC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DB를 3연승으로 꺾었고, 4강 플레이오프에서 안양 정관장을 3승 1패로 제압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돌풍의 소노까지 잠재웠다.

그 과정에서 이 감독의 소통 리더십이 재평가됐다. KCC에는 자존심 강하고 개성이 뚜렷한 스타들이 많았다. 일방적 지시로는 하나로 묶기 어려운 팀이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의견을 들었다. 작전 시간에도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했다. 정규시즌 중에는 ‘작전 시간이 토론장 같다’, ‘선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우승 이후에는 개성 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방식이었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허훈은 “이렇게 개성 강한 선수들은 어떤 감독님이 와도 컨트롤하기 쉽지 않다. 잡으려고 하면 더 엇나갈 수 있다”며 “소통하고 배려하는 우리 감독님은 명장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주전들이 30분 이상 뛰었는데, 나에겐 5명 모두가 MVP”라며 “개성 강한 선수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포지션별로 제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지금의 성과가 있었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언급했다.

주전 베스트5 외에도 묵묵히 뒤에서 힘을 보탠 벤치 선수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정규리그 초반이 가장 힘들었다. 장재석, 최진광, 윤기찬, 윌리엄 나바로 등이 버텨준 덕분에 6강에 오르고 챔피언도 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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